게임

테라, 빠른 세상을 거스르는 게임.

Mithril 2011. 3. 1. 16:18
테라인벤의 사제 게시판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푸념글을 올렸지만,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작년 2월경 리치 왕을 다운시키고 난 후에 온라인 게임과 힐러라는 직업을 죽 쉬다가, 얼마 전에야 테라를 접하고 사제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래픽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게임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들 있으리라. 그래픽만으로는 게임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 역시 처음엔 상상을 초월하는 (특히 배경) 그래픽에 반했지만, 실제 플레이를 시작하면서 계속 쓴웃음만 짓는 현실이다.

스토리는 나름 틀이 잡혀 있지만 게임 내에서의 풀어내는 힘이 너무 부족하다. 거기에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퀘스트 진행. 그나마도 근 20 중반렙대부터는 파티를 구성하지 않으면 클리어가 안된다. 퀘스트 동선은 사실 꽤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군데군데 솔플이 가능한 지역도 있지만 그것도차도 한 가드 내에서 한 지역 정도. 결국 솔로잉을 추구하는 유저들은 덩치큰 중형몹들을 잡아서 렙업해야하고 몇몇 캐릭은 그마저도 불가능하거나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리는 상태이다.

캐릭터 밸런스 역시 현재로선 좋지 못한 상태. 회피탱 개념으로 만들어준 검투사, 그리고 여타 게임에서의 파티의 메인힐러의 입지를 가진 사제는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을 정도. 필자는 하필이면 사제와 검투사를 키운다. (...)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할게 없다' 라는 점이다.

사실 이 컨텐츠의 부족 문제는, 아직 테라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해해줄만 하다. 허나 그나마 구현된 전장은 캐릭터 밸런스의 불균형만 더 유저에게 각인시킨 꼴이 되어버렸고 향후 업뎃할 영주 시스템은 리니지의 그것과 전혀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공성전도 없고.

세상이 참 빠르다. 유저들은 순식간에 만렙을 찍고 할게 없다고 칭얼댄다. 이미 팬사이트들은 컨텐츠 부족이 큰 문제라고 기삿거리를 써댄다. 너무나도 빠르다. 너무나도. 상용화한지 얼마나 됐다고.

흔히 말하는 메이저 게임이 메이저인 이유가 있다. 단지 그래픽, 시스템, 스토리... 아니다. 게임을 오래 붙잡게 만들 그 뭔가는 따로 있다. 흔히들 철학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짜잘한 패치와 업데이트도 좋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이 지향하는 바를 유저들에게 각인시켜주지 않으면 오래 갈수 없음을 개발사는 인지해야 할것이다.

뭐, 그래도 할 사람은 다 하겠지만. 나도 무사가 땡겨서 ;; 솔플무사 육성기라도 한번 포스팅해볼 참이다. 마침 개인 데탑도 성능이 그리 나쁘지 않으니, 스샷도 이리저리 찍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