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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3 탈상.
2012. 5. 23. 20:17

군대를 조금 늦게 간 나는 (대략 22살 끝자락에), 훈련소에서 16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했던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도 지독했던 8사단 훈련소. 자대 역시도 8사단이었지만.


애초에 그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여러 미디어의 영향(모 팟캐스트를 비롯한)으로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대략 짐작하겠지만 나 역시 IMF로 인해서 꽤나 큰 좌절감을 겪은 세대이며, 대부분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늘려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극복하자는 긍정적인 의지보다는 삶에 대한 비관을 늘리는 부정적인 의지가 거리에 팽배했으니까.


시간이 흘러, 나에게 신상만이 아니라 주위를 돌아볼 만한 여유가 생겼을 즈음, 그분은 그렇게 가셨다. 어떻게 가셨는지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다. 그저 슬플 뿐일 테니.


나는 그분을,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퇴임 이후에는 확실히,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서 많은 논란도 있었지만 적어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다. 그분이 항상 이야기하던 원칙과 신뢰에 모두들 공감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그분이 정의롭고 씩씩한,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진짜 남자였을 뿐.


고작 4년 만에 세상은 원상복구되었고 오히려 퇴보했다.


이제야 그걸 알았다니. 이제야 알았다니...


그 후 3년. 뒤로 가는 세상에 그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앞으로 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각성했고 현실에 실망하면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안하니까. 미안함만 늘어가니까.




담배 한대 바칩니다.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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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