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명작이라 칭하는 게임들의 조건을 꼽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개개의 취향에 따라 이런저런 답이 나오리라. 삼국지 영걸전도 무엇이라고 딱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명작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발표되었던 90년대 중반엔 난이도가 아주 어려운 게임으로 알려졌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1599, 1599+유선, 2199 등 고수들의 플레이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예전같은 난이도의 위상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쉬운 게임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얼마전 웹서핑중에 우연히 영걸전에 대한 향수를 누군가 피력하길래 나도 옛 생각이 간절해서 짬을 내어 한두판씩 하게 된 것인데, 사실 1599를 비롯한 99렙 만들기는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너무도 많은 총퇴각이 필요하고, 거기다가 최종장은 99를 전부 만들어야 클리어 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걸전의 정말 어려운 난이도는 최소레벨 클리어가 아닐까 생각.
일반적인 플레이의 경우엔 최종화에서 출전시킬 무장은 열심히 키우고, 그렇지 않은 무장은 버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막상 좋은 무장은 나중에 들어올 때가 많으니... 초반에 들어오는 낮은 능력치의 무장들도 레벨을 적당히 올려줘야 할 때가 있고, 또 의외로 무장들의 이탈과 합류가 적지 않은지라 (1회차 때 가장 힘든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 황충과 엄안을 생각해보라) 진정한 재미는 역시 2회차부터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이번엔 1599와는 달리 최대한 레벨을 덜 올리면서 플레이해보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유비만 레벨이 이상하게 높아져서... 성도 입성할때 일기토를 모조리 먹은게 크지 않았나 싶다. 하여간 최종화 전의 레벨은 이랬다. 참고로 책략노가다는 하지 않았고 이릉전투는 패스했다. 별동대는 파견.
전차 - 유비(70) / 장요(62) / 관평(56) / 강유(53)
발석차 - 주창(56) / 관흥(52)
친위대 - 관우(57) / 장비(54) / 마초(53) / 조운(53) / 위연(52) / 장포(51)
주술사 - 제갈량(55) / 방통(53)
군악대 - 서서(53)
- 원래 목표는 유비 55에 나머지 인원 50 초반 정도를 생각했는데... 관우를 살리겠다고 관평과 주창의 렙을 꽤 올려놓은게 미스였던듯. 주창은 지력이 낮아 굳이 쓰겠다면 기병이나 적병 그대로 쓰는게 낫다. 개인적으로는 관우나 조운을 보병/궁병 중 하나로 빼고 주창이나 사마가를 기병으로 써도 좋고, 아니면 그나마 무력 지력이 평균적인 능통이라도 (지력 65) 보병이나 궁병 중 하나로 바꿔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 마량이 최종화 전에 61이었지만 수송대는 마지막 화에 그다지 필요가 없어서 빼버렸다. 군악대는 최종화가 3장이며, 나중에 진행루트가 갈리기 때문에 한쪽은 꾸준히 책략을 회복해주어야 해서 필자의 경우는 대개 데려가는 편.
최대한 평균적으로 낮은 렙을 위해서 이엄 장완 오의 법정 서성 황권 맹달 등등까지 싸그리 키워줬건만. 쉽지 않네.
그나저나 주창의 일러스트는 지금 봐도 간지. (...모자를 보라)
- 지금 위에 적힌 레벨로도 한 무장도 낙오없이 최종화를 클리어했다. ;; 지금 생각해보니 아예 최저레벨 클리어를 하려면 초반에 들어오는 약한 무장들로 책략노가다만 안해도 (유선을 포함해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초반에 나오는 무장들은 후반에 레벨이 상당히 오를 수밖에 없다. (1599의 경우 경무 관순 이명 동량 조하 등등 다 쓰는게 일반적이니까) 차라리 돈을 한푼도 안 쓰고 오로지 습득하는 아이템으로만 클리어한다던지... 이러면 유닛 업글도 안되겠군. 하여간 이런저런 방법이 있을법 하다.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점이 바로 영걸전의 재미가 아닐런지.
어쨌거나 엔딩. 실제 역사에서도 3형제가 뜻을 이루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시대가 많이 흘러 평가가 많이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이들의 형제애만큼은 길이 남지 않았는가.
p.s 게임이 뜸해 포스팅할 일이 없었는데 억지로라도 이것저것 게임도 다시 하고 노래도 듣고 책도 본다. 너무도 슬프고 괴로운 일이 벌어진 탓이다. 요즘 어떤 즐거운 일을 하건 끝에 가서 죄책감이 드는 기분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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