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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4. 00:44




나비는 비유컨대 인간과 묘하게 닮은 생물이다. 애벌레는 비좁은 시야에 행동반경도 멀지 않다. 육체의 성장을 위해 먹고 또 먹는 과정에서 성장통과 비교될 허물벗기를 거듭한다. 성충이 되기 위해 전신전령을 다해 자신을 둘러싼 껍데기를 찢으려 애를 쓴다. 끝없는 인고를 이겨내고 스스로를 둘러싼 벽을 부수고 나와 축축한 날개를 말리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나비는 비로소 세상의 모든 것을 본다. 도를 깨달은 성인의 눈으로.


그저 주어진 환경과 일상에 순응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으며 불의에 분노할 줄 모른다면, 비록 성장하여 나이를 먹었더라도 그는 그저 애벌레다. 허물만 연거푸 벗었을 뿐, 그는 그저 몸집만 커진 거대한 애벌레에 불과한 것이다. 완전히 성장한 인간이 되려면 고뇌하고 분노해야 한다. 물론 인간이기에 나비가 훨훨 날기 위해 쏟는 노력 이상을 퍼부어야 함은 마땅한 것이다.


다행히도 인간의 완전변태를 돕기 위해서 이외수 작가가 단편집을 내놓았다. 번데기를 찢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이 시대의 몸만 어른인 아이들을 위해. 원칙 없는 법, 물질이 최우선시되는 풍조, 아집과 편견, 마음 없는 예술. 그 외에도 여러 경계하고 고민해야 될 문제들을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해우석", "새순", "파로호" 등 10편의 단편에 담아냈다. 노 작가는 이번에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과 역설, 환상적이면서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싼 번데기 껍질을 찢는데 도움될 날카로운 칼날과 에너지를 마치 돌직구처럼 선사한다. 물론 구도와 깨달음, 반전과 통쾌함 등 소설적인 요소들 역시 듬뿍 책 속에서 맛볼 수 있으니 기대해 볼 일이며, 탐석과 낚시라던지 교도소의 생생한 풍경 등 다양한 인물과 장소의 등장 역시 재밋거리다. 훨훨 날고픈 독자들은 9년 만에 선물받은 작가의 단편집을 부디 천천히 읽으시라. 언제 또 돌직구가 날아올 지 모르니.



해냄. 239p.








p.s 나온지 두달이 다 되었지만 두 번이나 완독하고 나서야 간신히 포스팅할 기분이 생겼다. 사실 글은 커녕 업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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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