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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3 삼월 말의 단상. (04/01)
  2. 2013.04.03 술. (3/27)
2013. 4. 3. 19:45

 일요일이었던 어제, 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강남에 있는 모 예식장에 다녀왔다. 금년 들어 지인들의 결혼이 잦다. 평균 혼인 연령이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요즘같은 때에, 나이가 차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이 더 흘러도 경기가 풀린다거나 복지가 좋아진다는 등의 희망이 없기에,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술자리에서의 지인 이야기를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결혼식 날 동원할 수 있는 친구들을 학연, 지연 등등 여러 분류에 따라 미리 만난다. 술 좀 얻어마시는 대신 결혼식장에 와서 자리를 채운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괴테 할아버지가 그랬나, 받고 싶으면 먼저 주라고. 어젠 다행히도 괴테 할아버지의 격언을 충실히 따른 감성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강남의 꽤 으리으리해보이는 예식장은 화창한 날씨를 에너지로 삼기라도 하는 듯이, 거대한 위용을 유난히 뽐내며 꽤 많이 참석한 나와 친구들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예식장 앞을 너구리굴로 만들며 서로들 안부를 묻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거나 주식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여친 없냐? 같은 당연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올라가봤더니 남자들 뿐이더라, 라는 한탄부터 저녁에 술 마시러 어디로 갈까 같은 퓨처리즘의 선구자 같은 녀석도 있다. 그나마 모바일 TCG 게임에 정신없는 녀석이나 보험을 팔겠다는 녀석이 없어서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보험도 한개 남기고 다 깨버린 참이라.



 예식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많이 보았고 앞으로도 많이 볼 장면들이 계속된다. 혼인서약도 하고 근엄한 주례사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축가의 퀄리티에 대해 논하다 보면 예식이 끝난다. 명색이 친구니 신랑 뒤에서 사진 한장 박고, 귀찮은 타이를 거칠게 풀러서 - 왜 목이 불편하게 타이를 두 번 감았을까 후회하는 촌각도 빼놓지 말자 - 가방에 쑤셔넣은 뒤에 식당으로 내려가 뷔페에서 배를 채우고 맥주를 몇 잔 마시고 나면 친구로서의 임무를 완수한 기분에 뭔가 뿌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당사자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생각보다 짧았다. 아무리 진심없는 정형화된 세상에 맞춰 산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나마 한 번 진심으로 빌어줘야지. 친구야, 오늘 날씨만큼 행복해라.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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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도 밤에 일했으니 피곤하고 해서, 빨리 귀가해서 자고 싶었지만 좋은 날씨는 인간의 모든 자유 의지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냥 집에 가기 아까워서 강남대로를 터벅터벅 걸었다. 일요일 낮인데도 사람이 어찌 그리 많은지. 문득 삶이라는 이름의 거리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내 눈에 각인되는 것은, 단지 내가 피곤한 탓이겠지. 시야가 흐려진다.



 누군가는 천천히 걷고 누군가는 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어떤 사람은 차를 타고 더 빨리 가려 안달복달이다. 드물게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우리를 비웃으며 날아가는 자도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뒤에서 부모가 밀듯이 재촉하는 통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뛰고,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든 주위 동기들을 제쳐서 조금이라도 더 앞에 가기 위해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아예 걷지도 않고 제자리에 서 있거나, 거리 곳곳에 나 있는 구석의 으슥한 샛길에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은 그들이 오히려 부럽다. 으슥한 샛길 저편에 뭐가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으니까.



 공정하게, 라는 말은 적어도 이 거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공평하고 공정한 시작을 외치는 소리는 어떻게든 이 거리의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내지르는 채찍질 소리에 묻혀진 지 오래다. 그나마 날 때리는 채찍이 없어서 다행이다. 남자 한 몸 건사하며 이 거리를 걷는건 그나마 쉬운 일이다. 딸린 식구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간신히 온몸의 힘을 짜내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다행히도 저들의 뒤에서 혹은 옆에서 부축해주거나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이 거리가 유지되는 유일한 버팀목이겠지. 모두가 쓰러지고 포기하면 레이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시야가 회복되며 다시 강남대로로 돌아오니 교보문고 옆에 흡연장이 보인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에게 감사하며 담배를 물었다. 이 거리는 강남역에서 시작하여 신논현역에 도착하면 일단 끝나지마는, 삶이라는 이름의 레이스는 꽤 길다. 그나마 우리에게 공평한 것은, 이 거리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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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오늘이 만우절이란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날이란다. 피식 웃었다. 우린 항상 속이고 속으며 산다. 사람에 속고 시대에 속는다. 힘들지만 행복한 척을 한다. 사실은 좋으면서 싫은 척을 한다. 만우절이라는 날을 고안한 자는 참으로 박애주의자다. 평생을 속고 속이는 게 삶일진대, 그걸 1년에 비록 하루이지만 용서가 되는 날을 만들다니. 이런 인간애 가득한 사람이 또 있을까.



 트윗을 보기 위해서 트위터에 접속하고, 여기저기 사이트에 들려보고 포탈에 접속해서 웹툰도 몇 개 본다. 요즘은 어쩌면 이리 좋은 내용, '일방적으로' 따뜻한 내용의 트윗과 글과 웹툰이 넘쳐나는 것이냐. 방송은 또 어떻고.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따뜻했나. 몇몇 작가들은 자신이 천사라도 되는 양, 아니 천사라고 해도 너희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천사를 그린 옛 그림엔 그림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림자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어두운 면이 없는 자는, 어두운 면을 모르는 자는, 접하는 모든 것의 절반을 잃고 있는거다. 아마도, 속고 있는 게지. 삶의 절반을.



 그렇다고 해도 하루 정도는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지나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긴다. 부디 오늘만은 '선의의' 거짓말만 하기를 기대한다. 누구에게 기대하는지는 비밀. 물론 기대해봐야 별볼일 없다는 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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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4. 3. 19:44

 야간에 일한다는 것은, 늦은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흔히 빠지게 되는 '우울한 감상' 이라는 이름의 행복과, 인간에게 주어진 생활 사이클을 거스르는 자에게 내려지는 '과도한 피곤함' 이라는 징벌을 동시에 주곤 한다.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1년의 2/3 정도를 야간에 근무하는 나로선 오후 5시쯤 카톡에 남겨진 절친의 메시지에 한시간 늦게 대답해주는 정도는, 나름 친구를 배려한 친절한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



- 자냐


- 이제 깼당 왜


- 7시 30분 000 집결

- 이상 통신끝



 해석컨대 월요일날 저녁에, 그것도 근무지가 분당인 녀석이 당산동에 위치한 술집에 가서 마시자는 이야기. 아마 또다른 절친 두 명도 오겠지. 그러나 놀라지 않은 것이, 가자는 술집은 절친들과 자주 가던 단골집이고, 애초에 나를 제외하면 -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술꾼들이라 요일을 가리지 않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다들 일에 채여 바쁘고, 거기에 모두 솔로들이라 일상의 변화가 별로 없기에 슬프거나 괴로운 일로 보자는 것은 아닐 터이다. 아마도 좋은 일이 생겼거나 그냥 술 생각이 났겠지.



 다른 녀석들을 기다릴 것도 없이 술집에 들어섰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주마시는 술집이지만 꽤나 구식의 낡은 상과 옛날 스타일의 색 바랜 벽지가 어우러져 꽤 지저분해 보여도 나름 친근함을 더하는 이 술집. 안주가 아주 싸고 맛이 괜찮다는 칭찬은 덤. 들어가니 이모가 반갑게 맞는다.



- 어서 온나! 오늘은 몇명이고?


- 다 와요 이모. 저까지 네 명.


- 웬일로 다 모이네? 그래 저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에서 끝이다. 이 술집은 술과 물을 가져온다던지, 기본안주인 단무지와 무 장아찌를 퍼온다던가, 수저와 술잔을 가져오는 등의 서비스가 모두 셀프다. 단골의 경우에는 주문 내역을 이면지를 대충 잘라서 종이철에 고정시킨 빌지에 적는 것까지 셀프다. 참으로 자유로운 술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빙을 이모 혼자서 다 하시는 탓이다. 어쨌거나 난 불만이 없다.



 그 사이 도착한 친구 한명은 수저와 잔을 세팅하고, 또 한명은 접시에 단무지와 무 장아찌를 담는다. 난 쇼케이스 위에 붙여진 '한 테이블당 최소 2병' 이라고 적힌 정겨운 종이를 힐끔 바라보며, '그야 물론...' 하고 혼잣말을 던지고 참이슬 한병과 맥주를 꺼냈다. 그나저나, 술집에서 안주를 고르는 일은 고등학생이 첫 담배를 고르거나 짝사랑하는 이성에게 보낼 첫 카톡 메시지를 가다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 술집은 그리 안주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손님에겐 의도하지 않았던 편의를 제공하는 셈. 늘상 먹는 계란말이와 순두부찌개를 부탁했다.



 조금 지나서 친구 넷이 다 모였다. 아니나 다를까, 날 불렀던 친구의 연봉이 조금 올랐다고 한다. 나같은 하류인생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고만고만한 회사를 다니며 한달 월급에 목매는 사람들에게 연봉인상만큼 술을 불러오는 단어가 또 있으랴. 오늘은 내가 쏜다, 같은 호기로운 말이 터져나와도 오늘은 용서다. 그렇고말고.



 욕인지 축하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몇 마디 오고간 후 흔히들 술집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취미거리나 흔한 누님 욕이라던지 우리 모두 솔로를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공유한다던지. 이야기 중에 계란말이를 뭉텅 잘라서 먹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도 꽉 찼고 꽤나 왁자지껄하다. 살다가 삶의 궤적이 꼬리처럼 길어질 때면, 사람들은 으레 그것들을 모아서 소주 한 잔에 담아 입 속에 털거나, 혹은 담배불에 태워 연기로 날려 버린다. 그렇게 술과 담배는 우리네 삶을 위로한다. 국민건강 운운하면서 담배값과 술값을 대폭 올리자고 지랄하는 자들은, 대략 인간 영혼의 말살자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렇다.



 손님들이 꽉 차고 모든 테이블에서 주문도 일단 끝나 조금 여유가 생긴 것일까. 이모가 다가온다. 



- 얼마나 먹었나~?


- 에~ 소주 세병하고... 맥주 두병, 하고... 계란말이하고... 순두부하고...


- 요기까진 이모가 산다. 알았나?


- 잉!?



 몇년 동안 이 술집에 오면서 서비스 안주라던지 하는 건 처음인데.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한달 전쯤, 친구놈 생일이어서 여기서 한잔 하다가, 어쩌다 보니 이모도 생일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다. 냉큼 밖에 나가서 근처 빵집에서 작은 케이크를 사와 안겨드렸다. 이모는 이런걸 왜 사오냐고 역정 아닌 역정을 냈지만, 그래도 안 받지는 않으시고 주방으로 휙 가지고 들어가셨다. 누가 마산 아지매 아니랄까봐... 아마도 그 때 이후로 계속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시간이 지나고, 술이 쎄지 못한 나는 이미 얼굴이 꽤 벌개졌다. 2차를 가러 일어나기로 한다. 친구가 계산을 한다. 인사를 해야지.



- 들어갈께요 이모~


- 그래 가라. 앞으로는 그런거 절대 사오지 마라. 이모는 니네 그냥 자주 와서 술만 많이 마심 된다. 알았나?


- 하하. 네에.



 인사도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우리를 바라보며, 이모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한마디를 더 하셨다.



- 그날 잘 먹었다. 고맙데이~



끝내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마음을 들킨다는 것, 바로 이런 것이겠지. 술 탓인지 맛있는 계란말이 탓인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결국 2차는 내가 쏘게 되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아마도 내가 다른 데 정신팔려있는 동안 친구들이 내 맥주잔에 몰래 소주를 꼴꼴꼴 부어넣은 것을 모른체한 덕분이겠지. 조만간에 또 마시러 가야겠다. 이번에도 역시, 좋은 일로 마시게 되길 바라면서.











참고로 이 술집의 계란말이는 정말 싸고 양도 가격 대비해서 정말 많은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사진 한장 던져본다.






IMG_0151.JPG 


이게 2천원. 저 담배갑은 반명함판 사진보다 약간 크다. 어쨌거나 괜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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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