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7. 22:15

  지난 퀘스트에서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일종의 번외편. 세력전 퀘스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면까지 고려해야 되는 RPG 라니... 거기에 결혼에 입양까지... ^^ 그래서인지 세력전 퀘스트를 의도적으로 안 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더군요. 로어 매니아분들이라면 오히려 이쪽을 더 좋아하실지도. 어쨌거나 세력전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으신 상태라면 이 퀘스트를 피할 수 없습니다. 딱히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니 후딱 진행하시죠.





 - 드래곤을 속박하기 위해서 그레이비어즈의 중재를 이끌어내겠다고 주인공이 발그루프에게 약속한 뒤부터 진행됩니다. 하이 흐로스가로 가서 안기어와 대화를 합시다. 지금까지 정치에는 일절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안기어입니다만, 결국은 그들 역시 파서낙스의 결정에 따라 시대의 흐름을 따르기로 합니다. 더불어, 울프릭 스톰클록과 툴리우스 장군에게 서한을 전하라고 합니다. 어느 쪽을 먼저 가도 상관없습니다. 일전 공략과 달리, 이번엔 울프릭에게 먼저 갔습니다. 윈드헬름으로 출발합시다.



언제나 운명이라는 방향에 서던 그레이비어즈입니다만, 이번에는 용기를 냈군요.



- 울프릭을 만나려면 윈드헬름으로 가서 궁전으로 입장하면 됩니다. 처음 궁전으로 가면 울프릭과 갈마와의 대화가 있고 울프릭의 일장 연설을 들을 수 있는데, 이 퀘스트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주인공을 알아보는 울프릭이지만 휴전 회담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지요. 그러나 알두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설득하면 결국 승낙하게 됩니다. 다음은 솔리튜드로 갑시다.



울프릭 역시 노드이기에, 알두인을 그냥 무시할 수야 없겠죠. 노드는 의외로 전설에 약하군요. ^^



- 솔리튜드에 도착하면 대장간을 지나 신전으로 가는 도중에 경비 둘이 지키고 있는 문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툴리우스 장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관 리카와의 대화가 있긴 합니다만 이것 역시 퀘스트에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른 대화는 의미가 없고 휴전 협정에 관한 이야기만 합시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툴리우스입니다만, 그 역시 드래곤 때문에 생기는 병참을 비롯한 전략상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에 결국 허락하게 됩니다. 이제 하이 흐로스가로 돌아갑시다.



일전에도 썼지만, 툴리우스 역의 성우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2003년도 리메이크 판(시즌 1~4)에서 부함장으로 나오신 마이클 호건씨입니다. 그 외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드네요.






- 하이 흐로스가로 돌아가면 그레이비어즈가 모여있습니다. 여기서 안기어와의 대화만 마치고 바로 들어가지 마시고 조금 기다리세요. 델핀과 에스번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끝나지 않는 계절... 참으로 멋진 표현입니다. 작가의 역량에 그저 놀랄 따름.



- 안기어로서는 블레이드를 달가워할 리가 없지요. 델핀과 말다툼을 하지만 에스번의 중재로 둘 역시 회의에 참석하게 됩니다. 제국과 스톰클록, 블레이드와 그레이비어즈, 그리고 드래곤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여러 입장이 모이게 되고 회의실 상석에 가서 착석하면 회담이 시작됩니다.



에스번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다혈질인 델핀은 싸움이라도 냈을 듯. ^^






- 회담은 양 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요구사항을 개진하면서 진행됩니다. 세력전을 염두에 두신다면, 자신이 지지할 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해도 좋고 아직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최대한 중립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UESPWiki의 분석이 매우 훌륭하니 한번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문제는 이대로 진행해도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인데...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정도로 읽어 주시길.


- 현재 드래곤본의 입장에 따라 회담의 내용이 약간 다른데, 이미 제국군에 합류했거나 혹 아직 어떤 세력을 지지하지 않은 상태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회담이 진행됩니다. (세력전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이 루트로 진행될 겁니다.)


1) 탈모어의 특사 엘렌웬을 참석시키느냐, 혹은 내보내느냐를 첫 번째로 결정하게 됩니다.

- 참석시키면 제국에 +1 / 내보내면 스톰클록에 +1


2) 울프릭은 마르카스를 내놓을 것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스톰클록에 +2


3) 툴리우스 장군은 마르카스를 내놓는 대신, 다른 도시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죠.

- 리프튼을 선택하면 제국에 +2 / 던스타나 윈터홀드를 선택하면 제국에 +1


4-1) 여기서 제국과 스톰클록의 현재 점수가 같거나, 혹 스톰클록이 더 높을 경우 아래의 선택문이 추가됩니다.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제국에 +1

- 윈터홀드, 혹은 던스타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제국에 +1 (물론 3번 항목에서 이미 윈터홀드나 던스타를 양도했다면 선택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4-2) 여기서 제국의 점수가 더 높다면, 아래의 선택문이 나옵니다. 역시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울프릭은 툴리우스 장군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스톰클록에 +1

- 모탈, 혹은 팔크리스를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스톰클록에 +1


* 예를 들어, 처음에 엘렌웬을 내보내면 마르카스를 요구하는 2) 까지 더해져 스톰클록이 3점이 됩니다. 3)에서 던스타를 내준다고 하면 제국은 +1 뿐이기에 4)에서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그것마저 동의하지 않으면 이미 던스타를 내준 상태이기 때문에 윈터홀드를 달라고 합니다. 그 상태라고 해도 점수는 아직 스톰클록이 높겠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기에 회담은 종료됩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






- 다음은 현재 주인공이 스톰클록을 지지하는 상황일 경우의 루트입니다.


1) 탈모어의 특사 엘렌웬을 참석시키느냐, 혹은 내보내느냐를 첫 번째로 결정하게 됩니다.

- 참석시키면 제국에 +1 / 내보내면 스톰클록에 +1


2)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리프튼을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제국에 +2


3) 울프릭은 리프튼을 내놓는 대신, 다른 도시를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죠.

- 마르카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에 +2 / 모탈이나 팔크레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에 +1


4-1) 여기서 제국과 스톰클록의 현재 점수가 같거나, 혹 제국이 더 높을 경우 아래의 선택문이 추가됩니다.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울프릭은 툴리우스 장군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스톰클록에 +1

- 팔크레스, 혹은 모탈을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3번 항목에서 이미 팔크레스나 모탈을 양도했다면 선택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4-2) 여기서 제국의 점수가 더 높다면, 아래의 선택문이 나옵니다. 역시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제국에 +1

- 던스타, 혹은 윈터홀드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제국에 +1


* 예를 들어, 엘렌웬을 내보내고 마르카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이 3, 제국이 2점이죠. 만약 학살에 대한 보상에 동의하면 제국도 3점이 되니 회담은 끝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던스타나 윈터홀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이해가 가시나요? ^^






- 이렇게 해서 협정이 끝나면, 안기어는 협정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들려줍니다. 서로 도시를 양도했다면 영주도 달라지니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어떻게 드래곤을 드래곤스리치로 유인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군요. 중간에 양측을 중재하던 에스번이 다시 도움을 줍니다. 자존심이 강한 드래곤이니만큼, 함성으로 이름을 외치면 그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어디서든 올 것이라고. 그와 동시에 용언 CALL DRAGON을 습득하게 되고 회담이 끝납니다. 더불어 퀘스트 종료.



참고로 퀘스트 시작 시점에 화이트런의 영주가 발그루프가 아닌 다른 NPC라면, 그 NPC가 회담에 참석합니다.



- 회담이 끝난 후에 모두 각자의 본거지로 돌아가는데, 그 와중에 델핀과 에스번이 말을 겁니다. 그 둘은 그레이비어즈의 진정한 마스터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주인공이 그를 제거하길 권합니다. 동시에 퀘스트 'PAARTHURNAX' 가 발생. 이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으면, 델핀과 에스번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 다음 회에서 뵙겠습니다. 아무래도 위키를 참조하다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군요. 최대한 이런저런 선택지를 선택해보았습니다만... 어쨌거나 도움이 되시면 좋겠고 진행상의 오류나 오타의 경우 댓글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2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것은 나름 상당한 삶의 연륜을 필요로 한다. 원하는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끝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마는, 버스나 열차의 도착 시간을 잘 맞춰 집에서 출발하는 정확한 시간 맞춤부터 시작해서 바글바글한 승강장, 정류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몸싸움에서 승리하여 간신히 탑승하면, 혹여 운이 좋아 자리에 앉게 되는 행운을 노려보면서도 에어콘 바람을 최대한 맞을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하는 치밀한 자리 선정에 이성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 마치 파라오 같은 - 매너 포즈도 취해줘야 한다. 그게 귀찮으면 가방을 앞으로 메거나 벨트 아래를 가려주는 것도 괜찮겠지만. 뭐, 누구나 다 그렇게 탄다. 출근시간에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에 나오는 모습처럼 흉칙하게 얽어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불평도 불평이지만, 버스와 열차와 기차와 자동차로 사람을 쉴 새 없이 실어나르는데도 여유가 없을 지경까지 서울의 인구밀도가 대책없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쨌거나 현 직장은 09년부터 다니고 있기에 계속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누구나 탑승하는 시간대가 거의 정해져 있기 나름이고, 따라서 아침에 정류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면면이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록 모르고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이 없지마는, 그래도 이심전심. 항상 브리프를 들고 여름에도 긴 셔츠를 입던 직장인 아저씨, 긴 머리 새초롬한 표정의 구찌 가방을 든 아가씨. 꽤 긴 머리에 교복 바지 통을 팍 줄인 껄렁껄렁 고등학생. 그 외에도 여럿. 분명히 다들 이 동네 어디쯤 살고 있을텐데. 가끔 누군가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늦잠을 잤거나 혹은 일찍 갔을지도. 단지 오래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아주 작은 부분일지언정 정과 감을 느낀다. 처음 이쪽으로 출근할 때는 몇몇 사람들이 정류장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보란듯이 좀 멀리 떨어진 주차장(거기엔 휴지통도 있고, 버스가 오는 것도 잘 보인다)에서 피웠다. 주차장 관리 아저씨한테 인사도 해주고. 어느듯 요즘은 아침에 그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들 사이의 감이, 너무 좋다.


 요즘은 대중교통을 타며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출근시간은 책 한권 펼 자리마저 부족한 탓도 있기에, 대부분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 사람은 존경과 감사, 사양과 죄송함의 표시로 하루에 몇 번 고개를 숙일 지 궁금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빈도와 시간을 우리는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창 밖 경치를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저 많은 사람들이 보는 화면을 누군가 통제한다면, 누군가가 감독하고, 누군가가 조작한다면? '1984' 에서 이야기하던, 벽에 붙은 TV 화면 같은 구식 감시장치는 비교도 되지 않겠다. 바보상자를 뛰어넘은 위대한 발명이 아닌가! 본인이 알아서 보고 알아서 세뇌당하며 알아서 감정을 조절하고 알아서 소통을 없앤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민폐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정과 감이, 탑승하여 고개를 숙이는 순간 사라진다. 이 얼마나 극명한 대립인지. 물론 우리의 일상이 스마트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 아니 소멸에 대해 이토록 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어떤 국가 기관에서 댓글을 비롯한 정치공작을 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 이런 세상이니만큼 고민해 볼 요량은 충분하다. 온라인으로 이런저런 수단이 먹혀든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무게감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현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것이라면 적지 않은 걱정거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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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을 자주, 여러 개 본다. 특히 낮에 일할 때는 점심먹고 난 후에 커피 한잔을 진하게 타와서 의자에 파묻힌 채 천천히 마우스 휠 버튼을 내리며 보는 웹툰의 즐거움이 그렇게 클 수가 없다. N 포탈에서 연재하는 작품 중에 코끼리라는 동물이 제목에 등장하는 만화가 있다. 그 작가분의 예전 작품이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와닿았는지라 요번 작품 역시 열심히 보고 있다. 코끼리라는 제목을 보고 훌륭한 센스라고 생각했는데, 지상에서 가장 강하고 거대한 동물을 사람이 끌어안아야 하는 여러 가지 - 그것이 운명이나, 본인을 둘러싼 환경. 혹 업보나 도그마... 같은 개인이 언젠가는 확립하거나 독립해야 하지만 매우 어려운 - 로 비유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흥미 일변도의 웹툰이 판을 치는 요즘인지라 더욱 그랬을지도.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것이 장기인 작가님인데, 연재 중반을 이미 넘어온 만큼 끝까지 건강 유지하며 좋은 내용으로 연재해 주시길 빈다. (물론 그 작가분이 딴지일보 독자일 것 같지는 않다. 무안하게 이 글을 보시는 건 아니겠지.)


 따지고 보면 웹툰이라는 장르가 주는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상당한 기획, 구성을 요하며 연재의 경우 시간에도 쫓기지만 잘 짜여지고 그려진 웹툰은 누구나 읽기 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도 유리하다. 더구나 접하기도 쉽다. 각 포탈의 웹툰 페이지나 웹툰 전문 사이트를 찾아가면 그만이며, 유료 웹툰도 아직은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의 가격도 아니다. 이래저래 좋은 장르이지만 여전히 포탈에서 연재하는 무료 웹툰을 유료로 돌리는 즉시 돈독이 올랐냐는 대량의 항의댓글에 직면해야 하며, 요번 팝핀 사태에서 보듯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재능을 헐값으로 뜯어가는 자들 역시 여전하다. 이것은 물론 만화만이 아니라 글을 비롯한 많은 창작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리라. 생업을 유지하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면 몰라도, 아직 많은 어린, 혹은 젊은 친구들은 도전만화란에서, 신춘문예나 문예지 혹은 문학 관련 사이트를 두드리며 그림을 그리고 습작을 한다. 일전에 UMC님이 연예계나 방송 관련, 그리고 프로 게이밍 쪽에도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서 제보를 받는다고 (그것은 알기 싫다) 한 적이 있었는데, 팝핀 사태를 비롯한 창작인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다뤄준다면 참 좋지 않나 생각한다. 창작의 어려움 이상으로 댓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꼭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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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일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경우가 요즘 종종 생긴다. 주로 시스템을 다루는 나는, 네트워크 담당과는 이야기가 잘 맞는 편이다. 그러나 개발자나 기획자와는 왕왕 회의가 길어지는데, 시스템적인 입장에서 짜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작은 프로세스들을 모아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 옛날 BSD (Unix 운영체제의 한 갈래이다) 관련 번역문서들을 보면, '고전 유닉스식 철학' 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것이 내 입장인 반면, 저쪽은 조금 큰 툴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투입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가볍게 처리하면 후임자가 배우기 쉽고 관리하기 쉽다고 주장하면 저쪽은 무거운 쪽의 확장성이 유리함을 이야기한다. 시스템상에서 전자가 아무래도 더 가벼우니 부하가 적다는 의견에, 반대로 시스템의 스펙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요즘엔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둘 다 틀린 의견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더 효율이 좋은 쪽으로 진행하면 되겠지만. 거기에 보안이라는 문제와 백업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저 좌충우돌. 팀장님의 머리는 그저 복잡해지겠지.


 회사의 보안 담당자가 자주 이야기한다. '인간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보안상으로는 강력하다' 이거 참 명문이다. 보안 솔루션을 이중 삼중으로 투입하고,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등의 온갖 조치를 하면 할수록 아무래도 안전할 수밖에 없다. 그뤟지만 바깥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획자나 UX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의 경우엔 최대한 유저들이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안과 바깥이 자주 회의가 길어지고 다툼이 생기고 담배를 같이 피울 일이 많아지며 소주잔을 기울일 일도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물론 업무가 많이 세분화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좀 다를 것이다.) IT의 즐거운 점은 바로 이 개인적 가치관들의 충돌이 더 나은 기획과 기술, 디자인 등등을 요구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해나간다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마치 헤겔의 변증법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덕분에 배울 것도, 알아야 할 것이 앞으로도 넘친다는 것에 안도감과 피곤함을 동시에 느낀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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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1

 물질만능 사회를 살아가며 욕망과 속물됨이 당연하다면, 책이 빽빽하게 꽂힌 서재를 꿈꾸는 나는 나름 고상한 속물이라 할 수 있을게다. 꿈의 발현이 반드시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나는 다른 방향을 찾아 서점에 왔다. 이 서점이 사방을 책으로 가득 메운 지성의 바다이며 한가운데에 뜬 섬에서 지적인 이미지를 뿔테안경으로 극대화시킨 지긋한 나이의 주인장이 '도덕의 계보' 같은 책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그런 서점이 아니라는 것에 약간 낙담하면서. 어쨌거나 요즘엔 그런 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해진 분류에 따라 구역을 나눠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진열해놓는 걸로 그치지 않고, 한쪽에선 핸드폰 악세사리나 1000피스짜리 퍼즐, 혹은 음반이나 게임 소프트를 파는 코너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어린 아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색상의 장판을 깔아놓고 놀이기구도 갖춰놓은 구역도 보인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서점 내의 여러 구역을 둘러보았다. 딱히 읽을 책을 정하고 온 것도 아니었고 평소처럼 그냥 눈먼 감이 오는 책을 집어서 읽을 생각이었다.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서점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소설 코너에서 발길을 멈춘 나는 부디 오늘의 감이 좋기를 기원하면서 천천히 책들을 살펴보며 책장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어들고는 한편에 위치한, 서점 내에서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자들을 비치해놓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자리에 냅다 주저앉아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지만, 퇴근길의 양복 차림은 차마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퇴근시간 이후인지라 대부분의 의자에 주인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빈 의자가 있었다. 얌전히 앉아 가방을 무릎 위에 놓고 책을 펼쳤다.


 활자가 주는 즐거움의 호우로 온 몸이 젖어든 채 몇십 페이지쯤 읽었을까. 이성은 나에게 슬슬 집에 가서 세면과 식사 등등의,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감성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일상의 한 단락을 마쳐야 내일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설득했다. 아쉽지만 평일이라면 그 설득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에 구입하기로 했다.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며, 독서삼매에 빠진 주위 사람들을 휘휘 둘러보았다. 그러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흰색 티에 체크무늬 남방, 거기에 남색 가디건을 걸친 수수한 차림의 여성이었다. 내가 들고있는 책과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눈을 완전히 가린 빅 사이즈의 칠흑빛 선글라스를 쓴 탓이었다. 서점에서 선글라스라니. 순간 요즘엔 쌍꺼풀 수술을 하면 외출시에 저런 사이즈의 선글라스를 종종 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 상황에서까지 서점에 와서 책을 읽다니. 대단한 독서욕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빨리 집에 가라는 망할 이성이라는 녀석의 재촉 덕분에 난 그 여성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계산대로 가서 책을 구입한 다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지겨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서점을 찾은 것은 이틀 후였다. 구입한 책을 집에서 읽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퇴근 후 예의 그 일상의 한 단락을 마치고 나면 보통은 수면이라는 이름의 단락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한 번에 먹어치우지 않듯, 마음에 드는 책을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 소소한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는 고집을 항상 가져온 탓도 있다. 오늘도 서점엔 다행히 빈 자리가 있었고 천천히 의자를 향해 걸어가던 찰나, 이틀 전에 보았던 그 여성이 다시 눈에 띄었다. 일전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일전과 같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채. 심지어 보고 있는 책도 이틀 전에 보던 - 내가 고르기도 한 - 그 책이었다. 그러다 이 여성의 얼굴이 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 여성과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읽던 부분을 찾으려 책갈피를 꽂아놓은 페이지를 손으로 가늠하며, 난 그 여성을 몰래 훔쳐보았다. 내 머릿속 어느 한 구석에 위치한 기억의 상자를 열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러다 묘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아니, 이틀 전에 그녀가 보던 그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도 더 읽은 것 같지가 않았다. 얼굴의 각도를 보아 책에 시선을 맞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왜 여기 앉아 있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문학소년으로 불리던 고등학생 때가 생각났다. 아마 2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녀는 나와 같은 반, 내 옆자리에 앉았던 짝이었다.



 점심을 먹고 도시락을 갈무리하고 나서 책상 서랍에서 소설책을 꺼냈다. 읽던 페이지를 찾으려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가볍게 친다. 돌아보니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


 " 이건 무슨 남자놈이 맨날 소설책만 보고 앉았냐? 야, 나가자. 축구하러. "

 " 너희들이나 나가라.. 난 책 좀 보게. 축구는 방과 끝나고 하자. 좀. "

 " 방과 후나 지금이나... 에이. 됐다 임마. "


 어차피 이 시간의 내가 늘상 책만 읽는다는 것을 알기에 친구들은 진즉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가끔식 축구하자고 이야기해주는 것에 고마워하며 다시 책을 폈다. 옆에서 풉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얼굴을 돌렸다. 내 짝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로 날 보고 있었다.


 " 문학소년은... 오늘도 여전하네. "


 난 약간 심통난 얼굴로 대답했다.


 " 뭐. 내가 책을 보는 데 불만있어? "

 " 아니... 후후. 남자애들은 보통 점심먹고 나서 자거나 쟤네들처럼 축구를 하니까. 너처럼 소설책 읽는 애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것도 항상. "

 " 난 그냥 책 읽는게 좋아. 축구는 방과 끝나고도 할 수 있으니까... 너야말로 정말 책 열심히 보잖아. 끝나고도 학교 도서관에 가지 않아? "

 " 응. 어차피 내년에는... 그러니까 3학년이 되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들 테니까.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금년엔 성적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엔 책만 보고 있어. "

 " 졸업하고 나면 시간이 더 많지 않을까?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는 거야? "

 " 난 책을 정독하고 나면, 그 책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해. 그 책을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은 사람의 것이 되는 거지. 소유하는 즐거움이랄까? 되도록이면 많이 소유하고 싶어. 졸업하고 나서도 열심히 읽을 거야.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해. "



 그래. 그런 대화를 했었다. 그 다음에도 뭔가 몇 마디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대화의 끝에 그 아이가 분명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다. 졸업 이후 난 그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어쨌거나 기억이 난 이상, 비록 날 잊어버렸더라도 말을 걸고 싶었다. 혹여나 날 기억해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난 가방을 의자 위에 놓고 그녀의 옆으로 가볼까 하여 일어섰다. 순간 저 뒤에서 꼬마아이 둘이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의자 사이를 난폭하게 뛰며 지나가다 책을 들고 있는 그녀의 팔을 냅다 쳐버렸다. 남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사실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로 꼬마들이 사라져버린 새에,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다. 책을 떨어뜨렸고 선글라스도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난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바닥에 짚은 채로 더듬고 있었다. 난 쭈그려 앉은 채 책과 선글라스를 집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손을 펴 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에 가까이 다가왔고 난 흠칫 놀랐다. 그녀의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아마,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그래서였나.


 " 여기.. "


 선글라스를 그녀의 손에 가져다 대 주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바닥을 더듬기를 멈췄다. 다른 손에 책도 건네주었다. 그녀는 황급히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 고맙습니다. "

 " 별 말씀을요. 그... 다친 데는 없으신지 모르겠네요. "

 " 손목이 조금, 욱신거리는 것 같지만... 조금 쉬면 괜찮아질거예요. "


 아까 급하게 바닥을 짚어서 손목에 충격이 온 것이리라. 이대로 그냥 지나치려니 뭔가 아쉬운 감이 들었다. 사실은 궁금했다. 너무나도.


 "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손목도 쉬게 할 겸... "


 약간의 망설임 뒤에 그녀는 승낙했고 서점 안에 있는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마주앉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가녀린 턱선은 여전했고 붉은 빛을 띤 고운 입술도 변함이 없었다. 학생일 때보다 많이 길어진 그녀의 머리가 더해져, 내가 느꼈던 그녀의 이지적인 이미지는 학창시절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오히려 더욱 진해져 있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

 " 아니예요.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그 꼬마들이 나쁜 거죠.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사실 꼬마들이 자신을 치고 갔다는 사실도 몰랐으리라. 그녀의 얼굴에 약간 쓸쓸한 표정이 지나갔다.


 " 그... 눈이 불편하신건 오래 되셨나요? "

 " 사실은 2년 전만 해도 괜찮았어요. 그러다 희귀질환이라는데... 처음엔 눈 앞이 뿌연 정도였는데. 몇 달만에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지요. " 1)

 " 네에. 사실은 며칠 전에도 서점에 와서 앉아 계신 걸 봤어요. 그런데 들고 계신 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시는 걸 보고... "

 " 아, 제가 마지막으로 읽던 책이예요. 시력이 점점 나빠지면서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고 애쓰다가 이 책에서 결국 멈췄어요. "

 " 책을 원래 좋아하셨나봐요. "

 " 제가 학창시절부터 책벌레였거든요. 제 나이대에 저만큼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녀는 미소지었다. 슬픔 가득한 미소였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녀의 독서량도 줄어들 것이기에. 내 표정 역시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 탓일까. 그녀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짓고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 서점에 자주 오시나봐요? "

 " 네에. 저도 책 좋아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요. 서점에 오는 걸로 즐거움을 삼는 정도지요. "

 " 부러워요. 책을 읽는 게 제 행복의 전부였거든요.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의 내용이 제 것이라면, 제게 남은 삶은 고작 제가 가진 것들을 소진하며 사는 것일 테니까요. 서점에 와서 책을 들고 앉아 있지만 사실은 계속 삶을 소모하고 있는 거죠. 앞으론 어떻게 살까 싶어요."

 " 인생이 그리 길지 않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실 만도 하네요. "


 순간 그녀의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과 당혹감이 스쳐갔다. 이내 그녀의 표정은 다시 쓸쓸해졌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그녀는 이내 일어날 채비를 했다. 나로선 그녀의 표정을 돌려놓을 방법이 없었다.


 " 오늘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전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짚으며 서점을 나서는 그녀를 보고,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애초에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다. 빌어먹을 잠깐의 감정이 토해낸 나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그녀의 좌절감만 더욱 부풀린 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는 서점에 나타나지 않았다.


 죄책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돕고 싶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녀가 앓았다는 희귀질환에 대해 찾아보았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이미 진행이 다 된 마당에 의학적으로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점자책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지만 발행량이 전체 도서의 2% 정도라는 것을 알고 속이 더욱 쓰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은 그 상실한 것을 완전히 되찾지 않는 이상 본래대로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채워야 할 마음의 빈 자리도 커져간다. 나로 인해 그녀의 좌절감이 더욱 커졌으리라 생각하니 답답하고 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문득 일전에 산 책을 그날 이후로 전혀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침대에 누워 책을 폈다. 그녀의 입장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눈을 감은 채 책을 두 손으로 들고 계속 쳐다보았다. 내가 그녀라면, 이 페이지 이후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학창시절 나누었던 대화의 끝에 그녀가 보여주었던 그 만족스러운 웃음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기억이 났다. 그날의 대화가 전부.


 다시 그녀를 찾아 매일 서점에 드나들었다. 며칠째 같은 시간에 왔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열흘 정도가 지났고 주말이 왔다. 혹시 모르니 오늘은 개점부터 하루종일 서점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날 피해 다른 서점에 갔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만약 오지 않는다면 내일부터는 여기서 그나마 가까운 서점부터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 그녀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폈다. 여전히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저... 일전에 뵈었던... 그 사람입니다. 제 목소리, 기억하시나요? "

 " 응? 아. 네... "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난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 죄송해요. 잠깐만 제게 시간을 내 주세요. "

 " 아니... 그러니까... 무슨 일로... "

 " 일단 서점 밖으로 나갑시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빨리요. "


 역시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기에, 서점 밖에 있는 벤치에 그녀와 내가 앉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 탓일까. 조금은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녀의 옆에서, 난 일전에 사둔 책을 꺼냈다. 그녀가 넘기지 못한 페이지를 폈다.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 최대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진심을 담아 책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 ...혹은 어느덧 지나가버린 한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인생이란 불가사의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비록 형편없는 기억력 탓에 중간중간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빠진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인생은 서로 물고 물리는 톱니바퀴 장치와 같으니까.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최초의 톱니바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 2)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 기억하고 있었구나. "

 " 너무 늦게 기억이 났어. 미안... "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지난 날 그 만족스러웠던 표정 그대로였다.







 " 그런데 말야. 그렇게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만약 책을 못 읽게 되면 어쩌지? 난 상상할 수가 없어. "

 " 책을 꼭... 뭐... 눈으로 봐야 돼? 귀로 들을 수도 있잖아. "

 " 그러네. 그럼, 서로 읽어주면 되겠다. 그치? "















p.s 빗소리 덕인지 오늘은 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딴지에도 빗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려나요?


1)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

2) 김연수 - '세계의 끝 여자친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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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0


  그는 표정 없이 생각보다 꽤 긴 합정역 안을 천천히 걸었다. 6호선으로 환승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합정역에서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는 출구를 나타내는 안내판을 계속 눈으로 좇으며 걸어야 했다. 3번 출구로 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 역 바깥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맞서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나오는 형광등 빛이 없었다면, 적막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어울릴 터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고, 그러니 기다려야 했다. 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기다릴 장소를 찾아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해 보이는 남자 둘이 그의 시선을 스쳐갔다. 동물병원의 유리창 앞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던 둘 쪽으로 걸어가서, 그는 역시 두 남자의 간격에서 두 배 정도 옆으로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약속 시간인 9시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담배를 다시 담뱃갑 속에 넣고 라이터와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그녀에게 만나면서부터 담배냄새를 풍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풍겨도 어디건 들어가서 풍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뚜렷한 이목구비, 특히 빨려 들어갈 듯이 진하고 맑은 그녀의 눈. 언뜻 여리고 가냘파 보이지만 그 가운데 적당한 볼륨을 잃지 않은 - 아마도 상당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었으리라 - 그녀의 몸매. 그러나 그가 가장 매혹되었던 점은, 이지적인 그녀의 이미지에 걸맞는 부드럽고 신중한 언행과, 화제의 내용과 수준에서 느껴졌던 그녀의 지성이었다. 표정 없던 그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흘렀다.


  그의 표정에서 미미한 미소를 지우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출구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였다. 조금 후 쇼츠에 반팔 셔츠를 걸치고 헌팅 캡을 쓴 남자가 출구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 역시도 누군가를 기다릴 자리를 찾는 듯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세 남자와 일렬 횡대로 서지 않고 동물병원 맞은편, 도로 쪽에 위치한 작은 버스정류장 유리 앞을 선택했다. 다른 셋과 마주보는 위치였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뒤,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호응하듯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담배를 꺼내지 않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다른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세 남자도 각기 다른 남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무도 말은 없었지만, 넷 모두 같은 입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자대가 어디로 배치될까 전전긍긍하는 훈련소 동기들처럼.


  그는 가장 끝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아마도 이 남자가 이 장소에 맨 먼저 왔으리라. 감색 양복에 옥스포드, 검정색 브리프 케이스를 든 그 남자는, 장미를 한 송이 포장하여 들고 있었다. 장미를 든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나름의 깜짝 선물로 준비해온 듯 했다. 저런 자세로 오래 기다리면 꽤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괜한 참견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자신의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를 보았다. 7부 코튼 팬츠에 로퍼를 신고, 폴로 티셔츠를 단정하게 입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굳이 비주얼로 따지자면 이 남자가 가장 훌륭했다. 맞은편에 서 있던 세 번째 남자는 쇼츠에 반팔 셔츠를 매치했는데, 좋게 말하면 활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껄렁껄렁하다는 게 그의 느낌이었다. 문득 자신이 검은색 진에 회색 스니커즈, 어두운 적색/청색의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굳이 비주얼로 따지자면,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가 머리 속에서 서로를 둘러보며 품평을 하는 동안, 그는 문득 시간이 꽤 지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다시 확인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자주 시간을 확인해 봐야 오히려 답답해진다고, 경험이라는 녀석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 번째 남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는 꽤 정중한 차림새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상기된 얼굴이었다. 숨을 약간 가쁘게 쉬는 것을 보니 꽤 긴장한 듯 했다. 그리고 그 긴장을 깬 것은 다시 출구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였다.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 네 남자는 동시에 서로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3번 출구로 향했다.


  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커리어우먼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릴 이미지의 검정색 여성용 정장을 입은 여자였다. 동물병원 쪽으로 여자가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서, 남자는 여자에게 꽃을 내밀었다. 여자는 놀라움과 감격스러움의 겹침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서로 팔짱을 끼고 둘은 걷기 시작했다. 세 남자 사이를 통과하며, 첫 번째 남자는 격려와 만족이 섞인 얼굴로 세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한 남자는 하늘을 보며, 또 다른 한 남자는 옆을 보며 애써 외면했다. 그는 표정 없는 얼굴로 첫 번째 커플을 쳐다보았다.


  둘의 모습이 어둠 속에 묻히자, 그를 제외한 남자 둘은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고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과는 달리 머리 속에선 후회가 그를 몰아붙였다. 이왕이면 좀 더 괜찮은 옷을 입고 나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옷이 날개라는 것은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하겠다고 생각하고 덜렁덜렁 나온 것인데. 그와 동시에 일주일 전, 그녀와의 첫 만남도 떠올랐다. 어쩌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고 실제로 만나게 되었지만, 그것은 어쨌거나 소개팅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가벼운 식사 약속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그가 표정이 없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던 기억이 났다. '밝은 표정을 지으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같은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 같다. 후회는 꼬리를 물고 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것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깔끔한 이미지의 여자가 그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작 그 남자는 딱히 반갑지 않은, 하지만 미묘한 미소를 띈 얼굴로 여자를 맞았다.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처럼 남자는 긴장하지도, 상기되지도 않았다. 두번째 커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고, 보도 가운데로 두 남자 사이를 지나갔다. 두 번째 남자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당연하다는, 어찌 보면 교만하기까지 한 표정을 지었고 거기에 알듯말듯한 미소를 덧붙여 두 동기에게 던졌다. 다른 남자는 역시 옆을 보며 모른체했고, 그는 약간 고개를 숙여 시선을 땅으로 향했다.


  맞은편의 남자는 담배를 다시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세 번째 남자는 왠지 안절부절 못한 것 같았다. 뭔가 약간 화가 난 얼굴로 혼잣말을 하는 것이, 8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는 담배 대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5분이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약속 시간에 절대 늦지 않으리라.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긴 커녕 조금 급해졌다. 두 번째 남자의 건방져보이는 얼굴 탓이었을까. 기분이 약간 불쾌하기도 했다. 훈련소와 자대의 차이가 뭐 얼마나 된다고.


  그러다 보니 그는 불쾌했지만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했다. 완벽에 가까운 그녀에게 감히 애정을 품으려면 그 자신부터 변해야 되겠다는, '진부' 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 같은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복장에 대해 후회가 밀려왔다. 관리를 하지 않아서 차츰 나오고 있는 자신의 배가 미워졌다. 표정 한번 밝게 짓지 못하고 어색함과 무표정으로만 일관했던 자신의 얼굴에 실망했을 그녀를 상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는, 흔한 멘토들의 단골 소재거리인 긍정의 에너지를 어거지라도 끌어내려 머리속에서 애를 썼다. 일부러 얼굴 근육을 움직거리며 눈을 크게 뜨거나, 조커처럼 입을 옆으로 쫙 벌려보기도 했다. 밝은 표정의, 건장한 체격의, 지성과 유머를 가진 자신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밝게 웃는 얼굴로 그는 그녀를 맞았다. 긴 대화간에, 그는 그녀의 웃음과 진지함을 모두 이끌어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홍대의 밤거리를 걷는 와중에 그는 문득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고, 그는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침묵 후에,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를 꼭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품과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에 그만 취해버렸다.


  그의 취기를 한 순간에 깬 것은 발걸음 소리였다. 역 안에서 메마른 거리를 향해 유난히 크게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 잠깐 상상에 빠지긴 했지만 지금쯤은 분명 9시가 되었을 것이고, 그녀가 이제 도착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는 차분한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괜히 자신의 한심한 상상의 편린이 혹여나 그녀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싶어 그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그와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출구로 시선을 향했다.


  출구로 얼굴을 내민 것은, 그가 모르는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보다 나이가 꽤 적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민망스러울 정도로 치마가 짧았기에, 그는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세 번째 남자는 담배를 털어버리고 꽁초를 땅에 휙 버린 뒤, 그 여자에게 다가가 힘껏 껴안았다.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남자의 품에 안기며 계속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온통 껴안고 입맞춤을 퍼부으며 사랑의 밀어를 거리 위에서 속삭이는 민폐를 그에게 실컷 끼친 후에, 세 번째 남자는 한쪽 팔로 여자의 허리를 감은 채 천천히 그를 지나갔다. 마치 화투를 치다 먹을 것이 없어 흑싸리 껍닥을 내던졌는데, 뒤집어 광을 먹어 운 좋게 삼광으로 나버린 듯한, 3점짜리 비릿한 웃음을 지은 채로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 커플이 자신을 지나가고 나서, 그는 동물병원 유리창에 등을 기댔다. 힘 빠진 얼굴로 그는 가쁘게 숨을 몇 번 쉬었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려는 순간, 그는 천천히 담배를 입에서 뺐다.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담뱃갑에 담배를 집어넣고 라이터와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며 다른 손으로 자신의 등을 털었다. 전화가 왔기 때문이었고, 물론 그녀의 전화였다. 그녀는 3번 출구 반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출구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그는 머리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얼굴 근육을 다시 움직거렸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문지르기도 했다. 멀지 않은 시야의 끝에, 손을 흔드는 그녀가 보였다. 그 역시 손을 한 번,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가까이 마주섰다. 그녀는 미안함이 섞인 - 사실은 몇분 늦지 않았는데도 - 얼굴로 말했다.


  " 늦어서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


  지난 주와 똑같이, 표정 없는 얼굴로 그가 대답했다.


  " 괜찮아요. 저도 방금 왔습니다. "












p.s 처음 올린 텍스트에서 약간의 퇴고를 거쳤습니다. 띄어쓰기하고 맞춤법은 여전히 절 괴롭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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