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7. 22:15

  지난 퀘스트에서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일종의 번외편. 세력전 퀘스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면까지 고려해야 되는 RPG 라니... 거기에 결혼에 입양까지... ^^ 그래서인지 세력전 퀘스트를 의도적으로 안 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더군요. 로어 매니아분들이라면 오히려 이쪽을 더 좋아하실지도. 어쨌거나 세력전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으신 상태라면 이 퀘스트를 피할 수 없습니다. 딱히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니 후딱 진행하시죠.





 - 드래곤을 속박하기 위해서 그레이비어즈의 중재를 이끌어내겠다고 주인공이 발그루프에게 약속한 뒤부터 진행됩니다. 하이 흐로스가로 가서 안기어와 대화를 합시다. 지금까지 정치에는 일절 관여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안기어입니다만, 결국은 그들 역시 파서낙스의 결정에 따라 시대의 흐름을 따르기로 합니다. 더불어, 울프릭 스톰클록과 툴리우스 장군에게 서한을 전하라고 합니다. 어느 쪽을 먼저 가도 상관없습니다. 일전 공략과 달리, 이번엔 울프릭에게 먼저 갔습니다. 윈드헬름으로 출발합시다.



언제나 운명이라는 방향에 서던 그레이비어즈입니다만, 이번에는 용기를 냈군요.



- 울프릭을 만나려면 윈드헬름으로 가서 궁전으로 입장하면 됩니다. 처음 궁전으로 가면 울프릭과 갈마와의 대화가 있고 울프릭의 일장 연설을 들을 수 있는데, 이 퀘스트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주인공을 알아보는 울프릭이지만 휴전 회담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지요. 그러나 알두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설득하면 결국 승낙하게 됩니다. 다음은 솔리튜드로 갑시다.



울프릭 역시 노드이기에, 알두인을 그냥 무시할 수야 없겠죠. 노드는 의외로 전설에 약하군요. ^^



- 솔리튜드에 도착하면 대장간을 지나 신전으로 가는 도중에 경비 둘이 지키고 있는 문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툴리우스 장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관 리카와의 대화가 있긴 합니다만 이것 역시 퀘스트에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른 대화는 의미가 없고 휴전 협정에 관한 이야기만 합시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툴리우스입니다만, 그 역시 드래곤 때문에 생기는 병참을 비롯한 전략상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에 결국 허락하게 됩니다. 이제 하이 흐로스가로 돌아갑시다.



일전에도 썼지만, 툴리우스 역의 성우는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2003년도 리메이크 판(시즌 1~4)에서 부함장으로 나오신 마이클 호건씨입니다. 그 외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참 마음에 드네요.






- 하이 흐로스가로 돌아가면 그레이비어즈가 모여있습니다. 여기서 안기어와의 대화만 마치고 바로 들어가지 마시고 조금 기다리세요. 델핀과 에스번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끝나지 않는 계절... 참으로 멋진 표현입니다. 작가의 역량에 그저 놀랄 따름.



- 안기어로서는 블레이드를 달가워할 리가 없지요. 델핀과 말다툼을 하지만 에스번의 중재로 둘 역시 회의에 참석하게 됩니다. 제국과 스톰클록, 블레이드와 그레이비어즈, 그리고 드래곤본.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여러 입장이 모이게 되고 회의실 상석에 가서 착석하면 회담이 시작됩니다.



에스번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다혈질인 델핀은 싸움이라도 냈을 듯. ^^






- 회담은 양 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요구사항을 개진하면서 진행됩니다. 세력전을 염두에 두신다면, 자신이 지지할 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해도 좋고 아직 결정하지 못하셨다면 최대한 중립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UESPWiki의 분석이 매우 훌륭하니 한번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문제는 이대로 진행해도 딱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인데...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정도로 읽어 주시길.


- 현재 드래곤본의 입장에 따라 회담의 내용이 약간 다른데, 이미 제국군에 합류했거나 혹 아직 어떤 세력을 지지하지 않은 상태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회담이 진행됩니다. (세력전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이 루트로 진행될 겁니다.)


1) 탈모어의 특사 엘렌웬을 참석시키느냐, 혹은 내보내느냐를 첫 번째로 결정하게 됩니다.

- 참석시키면 제국에 +1 / 내보내면 스톰클록에 +1


2) 울프릭은 마르카스를 내놓을 것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스톰클록에 +2


3) 툴리우스 장군은 마르카스를 내놓는 대신, 다른 도시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죠.

- 리프튼을 선택하면 제국에 +2 / 던스타나 윈터홀드를 선택하면 제국에 +1


4-1) 여기서 제국과 스톰클록의 현재 점수가 같거나, 혹 스톰클록이 더 높을 경우 아래의 선택문이 추가됩니다.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제국에 +1

- 윈터홀드, 혹은 던스타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제국에 +1 (물론 3번 항목에서 이미 윈터홀드나 던스타를 양도했다면 선택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4-2) 여기서 제국의 점수가 더 높다면, 아래의 선택문이 나옵니다. 역시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울프릭은 툴리우스 장군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스톰클록에 +1

- 모탈, 혹은 팔크리스를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스톰클록에 +1


* 예를 들어, 처음에 엘렌웬을 내보내면 마르카스를 요구하는 2) 까지 더해져 스톰클록이 3점이 됩니다. 3)에서 던스타를 내준다고 하면 제국은 +1 뿐이기에 4)에서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그것마저 동의하지 않으면 이미 던스타를 내준 상태이기 때문에 윈터홀드를 달라고 합니다. 그 상태라고 해도 점수는 아직 스톰클록이 높겠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기에 회담은 종료됩니다. 이해가 가시나요? ^^






- 다음은 현재 주인공이 스톰클록을 지지하는 상황일 경우의 루트입니다.


1) 탈모어의 특사 엘렌웬을 참석시키느냐, 혹은 내보내느냐를 첫 번째로 결정하게 됩니다.

- 참석시키면 제국에 +1 / 내보내면 스톰클록에 +1


2)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리프튼을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제국에 +2


3) 울프릭은 리프튼을 내놓는 대신, 다른 도시를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하죠.

- 마르카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에 +2 / 모탈이나 팔크레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에 +1


4-1) 여기서 제국과 스톰클록의 현재 점수가 같거나, 혹 제국이 더 높을 경우 아래의 선택문이 추가됩니다.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울프릭은 툴리우스 장군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스톰클록에 +1

- 팔크레스, 혹은 모탈을 스톰클록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3번 항목에서 이미 팔크레스나 모탈을 양도했다면 선택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4-2) 여기서 제국의 점수가 더 높다면, 아래의 선택문이 나옵니다. 역시 두 진영의 점수가 같아지거나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면 회담이 종료됩니다.

- 툴리우스 장군은 울프릭에게 일전의 학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주인공이 동의하면 제국에 +1

- 던스타, 혹은 윈터홀드를 제국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경우 다 제국에 +1


* 예를 들어, 엘렌웬을 내보내고 마르카스를 선택하면 스톰클록이 3, 제국이 2점이죠. 만약 학살에 대한 보상에 동의하면 제국도 3점이 되니 회담은 끝나는 것이고, 동의하지 않으면 던스타나 윈터홀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이해가 가시나요? ^^






- 이렇게 해서 협정이 끝나면, 안기어는 협정의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들려줍니다. 서로 도시를 양도했다면 영주도 달라지니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어떻게 드래곤을 드래곤스리치로 유인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군요. 중간에 양측을 중재하던 에스번이 다시 도움을 줍니다. 자존심이 강한 드래곤이니만큼, 함성으로 이름을 외치면 그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어디서든 올 것이라고. 그와 동시에 용언 CALL DRAGON을 습득하게 되고 회담이 끝납니다. 더불어 퀘스트 종료.



참고로 퀘스트 시작 시점에 화이트런의 영주가 발그루프가 아닌 다른 NPC라면, 그 NPC가 회담에 참석합니다.



- 회담이 끝난 후에 모두 각자의 본거지로 돌아가는데, 그 와중에 델핀과 에스번이 말을 겁니다. 그 둘은 그레이비어즈의 진정한 마스터의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주인공이 그를 제거하길 권합니다. 동시에 퀘스트 'PAARTHURNAX' 가 발생. 이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으면, 델핀과 에스번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 다음 회에서 뵙겠습니다. 아무래도 위키를 참조하다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군요. 최대한 이런저런 선택지를 선택해보았습니다만... 어쨌거나 도움이 되시면 좋겠고 진행상의 오류나 오타의 경우 댓글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2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것은 나름 상당한 삶의 연륜을 필요로 한다. 원하는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끝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마는, 버스나 열차의 도착 시간을 잘 맞춰 집에서 출발하는 정확한 시간 맞춤부터 시작해서 바글바글한 승강장, 정류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몸싸움에서 승리하여 간신히 탑승하면, 혹여 운이 좋아 자리에 앉게 되는 행운을 노려보면서도 에어콘 바람을 최대한 맞을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하는 치밀한 자리 선정에 이성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 마치 파라오 같은 - 매너 포즈도 취해줘야 한다. 그게 귀찮으면 가방을 앞으로 메거나 벨트 아래를 가려주는 것도 괜찮겠지만. 뭐, 누구나 다 그렇게 탄다. 출근시간에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에 나오는 모습처럼 흉칙하게 얽어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불평도 불평이지만, 버스와 열차와 기차와 자동차로 사람을 쉴 새 없이 실어나르는데도 여유가 없을 지경까지 서울의 인구밀도가 대책없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쨌거나 현 직장은 09년부터 다니고 있기에 계속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누구나 탑승하는 시간대가 거의 정해져 있기 나름이고, 따라서 아침에 정류장에서 만나는 분들의 면면이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록 모르고 이야기 한번 나눠본 적이 없지마는, 그래도 이심전심. 항상 브리프를 들고 여름에도 긴 셔츠를 입던 직장인 아저씨, 긴 머리 새초롬한 표정의 구찌 가방을 든 아가씨. 꽤 긴 머리에 교복 바지 통을 팍 줄인 껄렁껄렁 고등학생. 그 외에도 여럿. 분명히 다들 이 동네 어디쯤 살고 있을텐데. 가끔 누군가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늦잠을 잤거나 혹은 일찍 갔을지도. 단지 오래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아주 작은 부분일지언정 정과 감을 느낀다. 처음 이쪽으로 출근할 때는 몇몇 사람들이 정류장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보란듯이 좀 멀리 떨어진 주차장(거기엔 휴지통도 있고, 버스가 오는 것도 잘 보인다)에서 피웠다. 주차장 관리 아저씨한테 인사도 해주고. 어느듯 요즘은 아침에 그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런 사람들 사이의 감이, 너무 좋다.


 요즘은 대중교통을 타며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출근시간은 책 한권 펼 자리마저 부족한 탓도 있기에, 대부분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 사람은 존경과 감사, 사양과 죄송함의 표시로 하루에 몇 번 고개를 숙일 지 궁금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빈도와 시간을 우리는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창 밖 경치를 바라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저 많은 사람들이 보는 화면을 누군가 통제한다면, 누군가가 감독하고, 누군가가 조작한다면? '1984' 에서 이야기하던, 벽에 붙은 TV 화면 같은 구식 감시장치는 비교도 되지 않겠다. 바보상자를 뛰어넘은 위대한 발명이 아닌가! 본인이 알아서 보고 알아서 세뇌당하며 알아서 감정을 조절하고 알아서 소통을 없앤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민폐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정과 감이, 탑승하여 고개를 숙이는 순간 사라진다. 이 얼마나 극명한 대립인지. 물론 우리의 일상이 스마트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부재, 아니 소멸에 대해 이토록 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어떤 국가 기관에서 댓글을 비롯한 정치공작을 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 이런 세상이니만큼 고민해 볼 요량은 충분하다. 온라인으로 이런저런 수단이 먹혀든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무게감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현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것이라면 적지 않은 걱정거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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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을 자주, 여러 개 본다. 특히 낮에 일할 때는 점심먹고 난 후에 커피 한잔을 진하게 타와서 의자에 파묻힌 채 천천히 마우스 휠 버튼을 내리며 보는 웹툰의 즐거움이 그렇게 클 수가 없다. N 포탈에서 연재하는 작품 중에 코끼리라는 동물이 제목에 등장하는 만화가 있다. 그 작가분의 예전 작품이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와닿았는지라 요번 작품 역시 열심히 보고 있다. 코끼리라는 제목을 보고 훌륭한 센스라고 생각했는데, 지상에서 가장 강하고 거대한 동물을 사람이 끌어안아야 하는 여러 가지 - 그것이 운명이나, 본인을 둘러싼 환경. 혹 업보나 도그마... 같은 개인이 언젠가는 확립하거나 독립해야 하지만 매우 어려운 - 로 비유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흥미 일변도의 웹툰이 판을 치는 요즘인지라 더욱 그랬을지도.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을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것이 장기인 작가님인데, 연재 중반을 이미 넘어온 만큼 끝까지 건강 유지하며 좋은 내용으로 연재해 주시길 빈다. (물론 그 작가분이 딴지일보 독자일 것 같지는 않다. 무안하게 이 글을 보시는 건 아니겠지.)


 따지고 보면 웹툰이라는 장르가 주는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상당한 기획, 구성을 요하며 연재의 경우 시간에도 쫓기지만 잘 짜여지고 그려진 웹툰은 누구나 읽기 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도 유리하다. 더구나 접하기도 쉽다. 각 포탈의 웹툰 페이지나 웹툰 전문 사이트를 찾아가면 그만이며, 유료 웹툰도 아직은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의 가격도 아니다. 이래저래 좋은 장르이지만 여전히 포탈에서 연재하는 무료 웹툰을 유료로 돌리는 즉시 돈독이 올랐냐는 대량의 항의댓글에 직면해야 하며, 요번 팝핀 사태에서 보듯 그림을 그리는 분들의 재능을 헐값으로 뜯어가는 자들 역시 여전하다. 이것은 물론 만화만이 아니라 글을 비롯한 많은 창작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리라. 생업을 유지하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면 몰라도, 아직 많은 어린, 혹은 젊은 친구들은 도전만화란에서, 신춘문예나 문예지 혹은 문학 관련 사이트를 두드리며 그림을 그리고 습작을 한다. 일전에 UMC님이 연예계나 방송 관련, 그리고 프로 게이밍 쪽에도 불합리한 대우에 대해서 제보를 받는다고 (그것은 알기 싫다) 한 적이 있었는데, 팝핀 사태를 비롯한 창작인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다뤄준다면 참 좋지 않나 생각한다. 창작의 어려움 이상으로 댓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꼭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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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일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경우가 요즘 종종 생긴다. 주로 시스템을 다루는 나는, 네트워크 담당과는 이야기가 잘 맞는 편이다. 그러나 개발자나 기획자와는 왕왕 회의가 길어지는데, 시스템적인 입장에서 짜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작은 프로세스들을 모아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 옛날 BSD (Unix 운영체제의 한 갈래이다) 관련 번역문서들을 보면, '고전 유닉스식 철학' 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것이 내 입장인 반면, 저쪽은 조금 큰 툴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투입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가볍게 처리하면 후임자가 배우기 쉽고 관리하기 쉽다고 주장하면 저쪽은 무거운 쪽의 확장성이 유리함을 이야기한다. 시스템상에서 전자가 아무래도 더 가벼우니 부하가 적다는 의견에, 반대로 시스템의 스펙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요즘엔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둘 다 틀린 의견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더 효율이 좋은 쪽으로 진행하면 되겠지만. 거기에 보안이라는 문제와 백업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저 좌충우돌. 팀장님의 머리는 그저 복잡해지겠지.


 회사의 보안 담당자가 자주 이야기한다. '인간이 불편하면 불편할수록 보안상으로는 강력하다' 이거 참 명문이다. 보안 솔루션을 이중 삼중으로 투입하고, 사용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등의 온갖 조치를 하면 할수록 아무래도 안전할 수밖에 없다. 그뤟지만 바깥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획자나 UX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의 경우엔 최대한 유저들이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안과 바깥이 자주 회의가 길어지고 다툼이 생기고 담배를 같이 피울 일이 많아지며 소주잔을 기울일 일도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물론 업무가 많이 세분화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은 좀 다를 것이다.) IT의 즐거운 점은 바로 이 개인적 가치관들의 충돌이 더 나은 기획과 기술, 디자인 등등을 요구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 좋은 서비스로 발전해나간다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마치 헤겔의 변증법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덕분에 배울 것도, 알아야 할 것이 앞으로도 넘친다는 것에 안도감과 피곤함을 동시에 느낀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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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1

 물질만능 사회를 살아가며 욕망과 속물됨이 당연하다면, 책이 빽빽하게 꽂힌 서재를 꿈꾸는 나는 나름 고상한 속물이라 할 수 있을게다. 꿈의 발현이 반드시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에 나는 다른 방향을 찾아 서점에 왔다. 이 서점이 사방을 책으로 가득 메운 지성의 바다이며 한가운데에 뜬 섬에서 지적인 이미지를 뿔테안경으로 극대화시킨 지긋한 나이의 주인장이 '도덕의 계보' 같은 책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그런 서점이 아니라는 것에 약간 낙담하면서. 어쨌거나 요즘엔 그런 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정해진 분류에 따라 구역을 나눠 해당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진열해놓는 걸로 그치지 않고, 한쪽에선 핸드폰 악세사리나 1000피스짜리 퍼즐, 혹은 음반이나 게임 소프트를 파는 코너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어린 아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색상의 장판을 깔아놓고 놀이기구도 갖춰놓은 구역도 보인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서점 내의 여러 구역을 둘러보았다. 딱히 읽을 책을 정하고 온 것도 아니었고 평소처럼 그냥 눈먼 감이 오는 책을 집어서 읽을 생각이었다.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서점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우니까. 소설 코너에서 발길을 멈춘 나는 부디 오늘의 감이 좋기를 기원하면서 천천히 책들을 살펴보며 책장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어들고는 한편에 위치한, 서점 내에서 책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자들을 비치해놓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자리에 냅다 주저앉아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지만, 퇴근길의 양복 차림은 차마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퇴근시간 이후인지라 대부분의 의자에 주인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빈 의자가 있었다. 얌전히 앉아 가방을 무릎 위에 놓고 책을 펼쳤다.


 활자가 주는 즐거움의 호우로 온 몸이 젖어든 채 몇십 페이지쯤 읽었을까. 이성은 나에게 슬슬 집에 가서 세면과 식사 등등의,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감성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여겨지는 일상의 한 단락을 마쳐야 내일 출근하는 데 지장이 없을 거라고 설득했다. 아쉽지만 평일이라면 그 설득을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에 구입하기로 했다.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며, 독서삼매에 빠진 주위 사람들을 휘휘 둘러보았다. 그러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흰색 티에 체크무늬 남방, 거기에 남색 가디건을 걸친 수수한 차림의 여성이었다. 내가 들고있는 책과 같은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눈을 완전히 가린 빅 사이즈의 칠흑빛 선글라스를 쓴 탓이었다. 서점에서 선글라스라니. 순간 요즘엔 쌍꺼풀 수술을 하면 외출시에 저런 사이즈의 선글라스를 종종 쓴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 상황에서까지 서점에 와서 책을 읽다니. 대단한 독서욕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빨리 집에 가라는 망할 이성이라는 녀석의 재촉 덕분에 난 그 여성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계산대로 가서 책을 구입한 다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지겨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서점을 찾은 것은 이틀 후였다. 구입한 책을 집에서 읽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퇴근 후 예의 그 일상의 한 단락을 마치고 나면 보통은 수면이라는 이름의 단락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한 번에 먹어치우지 않듯, 마음에 드는 책을 조금씩 아껴가며 읽는 소소한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는 고집을 항상 가져온 탓도 있다. 오늘도 서점엔 다행히 빈 자리가 있었고 천천히 의자를 향해 걸어가던 찰나, 이틀 전에 보았던 그 여성이 다시 눈에 띄었다. 일전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 일전과 같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채. 심지어 보고 있는 책도 이틀 전에 보던 - 내가 고르기도 한 - 그 책이었다. 그러다 이 여성의 얼굴이 내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 여성과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읽던 부분을 찾으려 책갈피를 꽂아놓은 페이지를 손으로 가늠하며, 난 그 여성을 몰래 훔쳐보았다. 내 머릿속 어느 한 구석에 위치한 기억의 상자를 열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러다 묘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아니, 이틀 전에 그녀가 보던 그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도 더 읽은 것 같지가 않았다. 얼굴의 각도를 보아 책에 시선을 맞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는 왜 여기 앉아 있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문학소년으로 불리던 고등학생 때가 생각났다. 아마 2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녀는 나와 같은 반, 내 옆자리에 앉았던 짝이었다.



 점심을 먹고 도시락을 갈무리하고 나서 책상 서랍에서 소설책을 꺼냈다. 읽던 페이지를 찾으려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가볍게 친다. 돌아보니 같은 반 친구들이었다.


 " 이건 무슨 남자놈이 맨날 소설책만 보고 앉았냐? 야, 나가자. 축구하러. "

 " 너희들이나 나가라.. 난 책 좀 보게. 축구는 방과 끝나고 하자. 좀. "

 " 방과 후나 지금이나... 에이. 됐다 임마. "


 어차피 이 시간의 내가 늘상 책만 읽는다는 것을 알기에 친구들은 진즉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가끔식 축구하자고 이야기해주는 것에 고마워하며 다시 책을 폈다. 옆에서 풉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얼굴을 돌렸다. 내 짝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로 날 보고 있었다.


 " 문학소년은... 오늘도 여전하네. "


 난 약간 심통난 얼굴로 대답했다.


 " 뭐. 내가 책을 보는 데 불만있어? "

 " 아니... 후후. 남자애들은 보통 점심먹고 나서 자거나 쟤네들처럼 축구를 하니까. 너처럼 소설책 읽는 애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것도 항상. "

 " 난 그냥 책 읽는게 좋아. 축구는 방과 끝나고도 할 수 있으니까... 너야말로 정말 책 열심히 보잖아. 끝나고도 학교 도서관에 가지 않아? "

 " 응. 어차피 내년에는... 그러니까 3학년이 되면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들 테니까.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금년엔 성적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엔 책만 보고 있어. "

 " 졸업하고 나면 시간이 더 많지 않을까?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는 거야? "

 " 난 책을 정독하고 나면, 그 책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해. 그 책을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은 사람의 것이 되는 거지. 소유하는 즐거움이랄까? 되도록이면 많이 소유하고 싶어. 졸업하고 나서도 열심히 읽을 거야.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해. "



 그래. 그런 대화를 했었다. 그 다음에도 뭔가 몇 마디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대화의 끝에 그 아이가 분명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다. 졸업 이후 난 그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어쨌거나 기억이 난 이상, 비록 날 잊어버렸더라도 말을 걸고 싶었다. 혹여나 날 기억해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난 가방을 의자 위에 놓고 그녀의 옆으로 가볼까 하여 일어섰다. 순간 저 뒤에서 꼬마아이 둘이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 의자 사이를 난폭하게 뛰며 지나가다 책을 들고 있는 그녀의 팔을 냅다 쳐버렸다. 남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사실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로 꼬마들이 사라져버린 새에,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다. 책을 떨어뜨렸고 선글라스도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난 급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손을 바닥에 짚은 채로 더듬고 있었다. 난 쭈그려 앉은 채 책과 선글라스를 집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손을 펴 바닥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에 가까이 다가왔고 난 흠칫 놀랐다. 그녀의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아마,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리라. 그래서였나.


 " 여기.. "


 선글라스를 그녀의 손에 가져다 대 주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바닥을 더듬기를 멈췄다. 다른 손에 책도 건네주었다. 그녀는 황급히 선글라스를 다시 썼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 고맙습니다. "

 " 별 말씀을요. 그... 다친 데는 없으신지 모르겠네요. "

 " 손목이 조금, 욱신거리는 것 같지만... 조금 쉬면 괜찮아질거예요. "


 아까 급하게 바닥을 짚어서 손목에 충격이 온 것이리라. 이대로 그냥 지나치려니 뭔가 아쉬운 감이 들었다. 사실은 궁금했다. 너무나도.


 "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손목도 쉬게 할 겸... "


 약간의 망설임 뒤에 그녀는 승낙했고 서점 안에 있는 작은 카페로 자리를 옮겨 마주앉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가녀린 턱선은 여전했고 붉은 빛을 띤 고운 입술도 변함이 없었다. 학생일 때보다 많이 길어진 그녀의 머리가 더해져, 내가 느꼈던 그녀의 이지적인 이미지는 학창시절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오히려 더욱 진해져 있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

 " 아니예요.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그 꼬마들이 나쁜 거죠.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사실 꼬마들이 자신을 치고 갔다는 사실도 몰랐으리라. 그녀의 얼굴에 약간 쓸쓸한 표정이 지나갔다.


 " 그... 눈이 불편하신건 오래 되셨나요? "

 " 사실은 2년 전만 해도 괜찮았어요. 그러다 희귀질환이라는데... 처음엔 눈 앞이 뿌연 정도였는데. 몇 달만에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지요. " 1)

 " 네에. 사실은 며칠 전에도 서점에 와서 앉아 계신 걸 봤어요. 그런데 들고 계신 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않으시는 걸 보고... "

 " 아, 제가 마지막으로 읽던 책이예요. 시력이 점점 나빠지면서 한 권이라도 더 읽으려고 애쓰다가 이 책에서 결국 멈췄어요. "

 " 책을 원래 좋아하셨나봐요. "

 " 제가 학창시절부터 책벌레였거든요. 제 나이대에 저만큼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녀는 미소지었다. 슬픔 가득한 미소였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녀의 독서량도 줄어들 것이기에. 내 표정 역시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 탓일까. 그녀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짓고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 서점에 자주 오시나봐요? "

 " 네에. 저도 책 좋아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요. 서점에 오는 걸로 즐거움을 삼는 정도지요. "

 " 부러워요. 책을 읽는 게 제 행복의 전부였거든요.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의 내용이 제 것이라면, 제게 남은 삶은 고작 제가 가진 것들을 소진하며 사는 것일 테니까요. 서점에 와서 책을 들고 앉아 있지만 사실은 계속 삶을 소모하고 있는 거죠. 앞으론 어떻게 살까 싶어요."

 " 인생이 그리 길지 않으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실 만도 하네요. "


 순간 그녀의 표정에 약간의 놀라움과 당혹감이 스쳐갔다. 이내 그녀의 표정은 다시 쓸쓸해졌다.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 그녀는 이내 일어날 채비를 했다. 나로선 그녀의 표정을 돌려놓을 방법이 없었다.


 " 오늘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전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짚으며 서점을 나서는 그녀를 보고,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애초에 말을 걸지 말았어야 했다. 빌어먹을 잠깐의 감정이 토해낸 나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그녀의 좌절감만 더욱 부풀린 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는 서점에 나타나지 않았다.


 죄책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돕고 싶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녀가 앓았다는 희귀질환에 대해 찾아보았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이미 진행이 다 된 마당에 의학적으로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점자책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지만 발행량이 전체 도서의 2% 정도라는 것을 알고 속이 더욱 쓰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은 그 상실한 것을 완전히 되찾지 않는 이상 본래대로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채워야 할 마음의 빈 자리도 커져간다. 나로 인해 그녀의 좌절감이 더욱 커졌으리라 생각하니 답답하고 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문득 일전에 산 책을 그날 이후로 전혀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침대에 누워 책을 폈다. 그녀의 입장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눈을 감은 채 책을 두 손으로 들고 계속 쳐다보았다. 내가 그녀라면, 이 페이지 이후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학창시절 나누었던 대화의 끝에 그녀가 보여주었던 그 만족스러운 웃음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기억이 났다. 그날의 대화가 전부.


 다시 그녀를 찾아 매일 서점에 드나들었다. 며칠째 같은 시간에 왔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열흘 정도가 지났고 주말이 왔다. 혹시 모르니 오늘은 개점부터 하루종일 서점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날 피해 다른 서점에 갔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만약 오지 않는다면 내일부터는 여기서 그나마 가까운 서점부터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 그녀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폈다. 여전히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저... 일전에 뵈었던... 그 사람입니다. 제 목소리, 기억하시나요? "

 " 응? 아. 네... "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난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 죄송해요. 잠깐만 제게 시간을 내 주세요. "

 " 아니... 그러니까... 무슨 일로... "

 " 일단 서점 밖으로 나갑시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빨리요. "


 역시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기에, 서점 밖에 있는 벤치에 그녀와 내가 앉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너무나도 좋은 날씨 탓일까. 조금은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녀의 옆에서, 난 일전에 사둔 책을 꺼냈다. 그녀가 넘기지 못한 페이지를 폈다.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 최대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진심을 담아 책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 ...혹은 어느덧 지나가버린 한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인생이란 불가사의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비록 형편없는 기억력 탓에 중간중간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빠진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인생은 서로 물고 물리는 톱니바퀴 장치와 같으니까.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고,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최초의 톱니바퀴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 2)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 기억하고 있었구나. "

 " 너무 늦게 기억이 났어. 미안... "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지난 날 그 만족스러웠던 표정 그대로였다.







 " 그런데 말야. 그렇게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만약 책을 못 읽게 되면 어쩌지? 난 상상할 수가 없어. "

 " 책을 꼭... 뭐... 눈으로 봐야 돼? 귀로 들을 수도 있잖아. "

 " 그러네. 그럼, 서로 읽어주면 되겠다. 그치? "















p.s 빗소리 덕인지 오늘은 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딴지에도 빗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려나요?


1)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

2) 김연수 - '세계의 끝 여자친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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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7. 6. 07:20


  그는 표정 없이 생각보다 꽤 긴 합정역 안을 천천히 걸었다. 6호선으로 환승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합정역에서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는 출구를 나타내는 안내판을 계속 눈으로 좇으며 걸어야 했다. 3번 출구로 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 역 바깥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맞서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나오는 형광등 빛이 없었다면, 적막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어울릴 터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고, 그러니 기다려야 했다. 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기다릴 장소를 찾아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역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해 보이는 남자 둘이 그의 시선을 스쳐갔다. 동물병원의 유리창 앞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던 둘 쪽으로 걸어가서, 그는 역시 두 남자의 간격에서 두 배 정도 옆으로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약속 시간인 9시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담배를 다시 담뱃갑 속에 넣고 라이터와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왠지 그녀에게 만나면서부터 담배냄새를 풍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풍겨도 어디건 들어가서 풍겨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뚜렷한 이목구비, 특히 빨려 들어갈 듯이 진하고 맑은 그녀의 눈. 언뜻 여리고 가냘파 보이지만 그 가운데 적당한 볼륨을 잃지 않은 - 아마도 상당한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었으리라 - 그녀의 몸매. 그러나 그가 가장 매혹되었던 점은, 이지적인 그녀의 이미지에 걸맞는 부드럽고 신중한 언행과, 화제의 내용과 수준에서 느껴졌던 그녀의 지성이었다. 표정 없던 그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흘렀다.


  그의 표정에서 미미한 미소를 지우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출구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였다. 조금 후 쇼츠에 반팔 셔츠를 걸치고 헌팅 캡을 쓴 남자가 출구 밖으로 나왔다. 남자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 역시도 누군가를 기다릴 자리를 찾는 듯했다.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세 남자와 일렬 횡대로 서지 않고 동물병원 맞은편, 도로 쪽에 위치한 작은 버스정류장 유리 앞을 선택했다. 다른 셋과 마주보는 위치였다. 남자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뒤,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호응하듯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담배를 꺼내지 않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다른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세 남자도 각기 다른 남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무도 말은 없었지만, 넷 모두 같은 입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자대가 어디로 배치될까 전전긍긍하는 훈련소 동기들처럼.


  그는 가장 끝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아마도 이 남자가 이 장소에 맨 먼저 왔으리라. 감색 양복에 옥스포드, 검정색 브리프 케이스를 든 그 남자는, 장미를 한 송이 포장하여 들고 있었다. 장미를 든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나름의 깜짝 선물로 준비해온 듯 했다. 저런 자세로 오래 기다리면 꽤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괜한 참견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자신의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를 보았다. 7부 코튼 팬츠에 로퍼를 신고, 폴로 티셔츠를 단정하게 입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굳이 비주얼로 따지자면 이 남자가 가장 훌륭했다. 맞은편에 서 있던 세 번째 남자는 쇼츠에 반팔 셔츠를 매치했는데, 좋게 말하면 활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껄렁껄렁하다는 게 그의 느낌이었다. 문득 자신이 검은색 진에 회색 스니커즈, 어두운 적색/청색의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굳이 비주얼로 따지자면,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서로가 머리 속에서 서로를 둘러보며 품평을 하는 동안, 그는 문득 시간이 꽤 지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다시 확인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자주 시간을 확인해 봐야 오히려 답답해진다고, 경험이라는 녀석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 번째 남자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그는 꽤 정중한 차림새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상기된 얼굴이었다. 숨을 약간 가쁘게 쉬는 것을 보니 꽤 긴장한 듯 했다. 그리고 그 긴장을 깬 것은 다시 출구에서 울리는 발걸음 소리였다.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 네 남자는 동시에 서로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3번 출구로 향했다.


  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커리어우먼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릴 이미지의 검정색 여성용 정장을 입은 여자였다. 동물병원 쪽으로 여자가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양복을 입은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서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서, 남자는 여자에게 꽃을 내밀었다. 여자는 놀라움과 감격스러움의 겹침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서로 팔짱을 끼고 둘은 걷기 시작했다. 세 남자 사이를 통과하며, 첫 번째 남자는 격려와 만족이 섞인 얼굴로 세 동기들을 둘러보았다. 한 남자는 하늘을 보며, 또 다른 한 남자는 옆을 보며 애써 외면했다. 그는 표정 없는 얼굴로 첫 번째 커플을 쳐다보았다.


  둘의 모습이 어둠 속에 묻히자, 그를 제외한 남자 둘은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는 여전히 표정이 없었고 담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과는 달리 머리 속에선 후회가 그를 몰아붙였다. 이왕이면 좀 더 괜찮은 옷을 입고 나오는 게 좋지 않았을까. 옷이 날개라는 것은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정도면 그냥 무난하겠다고 생각하고 덜렁덜렁 나온 것인데. 그와 동시에 일주일 전, 그녀와의 첫 만남도 떠올랐다. 어쩌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고 실제로 만나게 되었지만, 그것은 어쨌거나 소개팅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가벼운 식사 약속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그가 표정이 없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던 기억이 났다. '밝은 표정을 지으면 훨씬 좋을 것 같네요.' 같은 뉘앙스의 말이었던 것 같다. 후회는 꼬리를 물고 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것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그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깔끔한 이미지의 여자가 그의 옆에 있는 남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작 그 남자는 딱히 반갑지 않은, 하지만 미묘한 미소를 띈 얼굴로 여자를 맞았다.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처럼 남자는 긴장하지도, 상기되지도 않았다. 두번째 커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손을 잡고, 보도 가운데로 두 남자 사이를 지나갔다. 두 번째 남자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당연하다는, 어찌 보면 교만하기까지 한 표정을 지었고 거기에 알듯말듯한 미소를 덧붙여 두 동기에게 던졌다. 다른 남자는 역시 옆을 보며 모른체했고, 그는 약간 고개를 숙여 시선을 땅으로 향했다.


  맞은편의 남자는 담배를 다시 꺼내서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세 번째 남자는 왠지 안절부절 못한 것 같았다. 뭔가 약간 화가 난 얼굴로 혼잣말을 하는 것이, 8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는 담배 대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시간을 확인하니 8시 55분이었다.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약속 시간에 절대 늦지 않으리라.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긴 커녕 조금 급해졌다. 두 번째 남자의 건방져보이는 얼굴 탓이었을까. 기분이 약간 불쾌하기도 했다. 훈련소와 자대의 차이가 뭐 얼마나 된다고.


  그러다 보니 그는 불쾌했지만 자신을 돌아봐야 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은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했다. 완벽에 가까운 그녀에게 감히 애정을 품으려면 그 자신부터 변해야 되겠다는, '진부' 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 같은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복장에 대해 후회가 밀려왔다. 관리를 하지 않아서 차츰 나오고 있는 자신의 배가 미워졌다. 표정 한번 밝게 짓지 못하고 어색함과 무표정으로만 일관했던 자신의 얼굴에 실망했을 그녀를 상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는, 흔한 멘토들의 단골 소재거리인 긍정의 에너지를 어거지라도 끌어내려 머리속에서 애를 썼다. 일부러 얼굴 근육을 움직거리며 눈을 크게 뜨거나, 조커처럼 입을 옆으로 쫙 벌려보기도 했다. 밝은 표정의, 건장한 체격의, 지성과 유머를 가진 자신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밝게 웃는 얼굴로 그는 그녀를 맞았다. 긴 대화간에, 그는 그녀의 웃음과 진지함을 모두 이끌어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홍대의 밤거리를 걷는 와중에 그는 문득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걸음을 멈추고, 그는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약간의 침묵 후에, 사랑스러운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를 꼭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품과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에 그만 취해버렸다.


  그의 취기를 한 순간에 깬 것은 발걸음 소리였다. 역 안에서 메마른 거리를 향해 유난히 크게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 잠깐 상상에 빠지긴 했지만 지금쯤은 분명 9시가 되었을 것이고, 그녀가 이제 도착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는 차분한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괜히 자신의 한심한 상상의 편린이 혹여나 그녀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싶어 그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동시에 그와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출구로 시선을 향했다.


  출구로 얼굴을 내민 것은, 그가 모르는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보다 나이가 꽤 적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민망스러울 정도로 치마가 짧았기에, 그는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던 세 번째 남자는 담배를 털어버리고 꽁초를 땅에 휙 버린 뒤, 그 여자에게 다가가 힘껏 껴안았다.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남자의 품에 안기며 계속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온통 껴안고 입맞춤을 퍼부으며 사랑의 밀어를 거리 위에서 속삭이는 민폐를 그에게 실컷 끼친 후에, 세 번째 남자는 한쪽 팔로 여자의 허리를 감은 채 천천히 그를 지나갔다. 마치 화투를 치다 먹을 것이 없어 흑싸리 껍닥을 내던졌는데, 뒤집어 광을 먹어 운 좋게 삼광으로 나버린 듯한, 3점짜리 비릿한 웃음을 지은 채로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 커플이 자신을 지나가고 나서, 그는 동물병원 유리창에 등을 기댔다. 힘 빠진 얼굴로 그는 가쁘게 숨을 몇 번 쉬었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려는 순간, 그는 천천히 담배를 입에서 뺐다.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담뱃갑에 담배를 집어넣고 라이터와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며 다른 손으로 자신의 등을 털었다. 전화가 왔기 때문이었고, 물론 그녀의 전화였다. 그녀는 3번 출구 반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출구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그는 머리를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얼굴 근육을 다시 움직거렸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문지르기도 했다. 멀지 않은 시야의 끝에, 손을 흔드는 그녀가 보였다. 그 역시 손을 한 번,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가까이 마주섰다. 그녀는 미안함이 섞인 - 사실은 몇분 늦지 않았는데도 - 얼굴로 말했다.


  " 늦어서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


  지난 주와 똑같이, 표정 없는 얼굴로 그가 대답했다.


  " 괜찮아요. 저도 방금 왔습니다. "












p.s 처음 올린 텍스트에서 약간의 퇴고를 거쳤습니다. 띄어쓰기하고 맞춤법은 여전히 절 괴롭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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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4. 4. 14:54

  몇 번 왔다갔다 하면 끝나는 이번 퀘스트. 연계되는 퀘스트가 두 개 나옵니다. 상황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사실 Season Unending 퀘스트와는 다르게 Paarthurnax 퀘스트는 필수가 아니고 메인 퀘스트에 과연 포함되는지도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원하시는 분을 위해서 공략은 올릴 예정입니다. 어쨌거나 이 퀘스트를 지나면 메인 퀘스트의 끝이 멀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봅시다.






- 파서낙스와 안기어, 에스번과 대화하라는 선택 퀘스트가 발생하는데 파서낙스의 경우는 알두인을 물리친 직후에 바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파서낙스는 다른 용을 설득해서 알두인의 소재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드래곤을 (잡아서) 설득하기 위한 장소로 드래곤스리치를 추천합니다. 대화를 더 해보시면 드래곤스리치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해 주니 들어보시면 좋아요.


- 안기어는 알두인의 격퇴 소식을 듣고 놀라지요. 또한 알두인이 소븐가드의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설도 이야기해주며, 드래곤스리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찬성합니다. 사실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 에스번 역시 알두인이 소븐가드에 들어갔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드래곤스리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에스번은 그레이비어즈의 진정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이미 그레이비어즈의 진정한 마스터가 파서낙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에스번은 그를 제거해야만 한다고 하는군요. 델핀 역시 그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주인공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퀘스트 'PAARTHURNAX' 가 발생.



드래곤스리치의 비화(?)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한번 들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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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이긴 합니다만, 전설 그대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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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지. ㅎㅎ 저도 일반적으로는 그냥 냅두는 편입니다.






- 드래곤스리치에 가서 발그루프를 만납시다. (세력전 퀘스트의 결과에 따라 발그루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발그루프이나, 알두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며 조근조근 설득합시다. 여기서 세력전 퀘스트를 진행했는지에 따라 서브 퀘스트의 발생 여부가 결정되는데, 만약 세력전 퀘스트를 마무리지은 상태라면, 영주는 바로 수락하며 퀘스트가 이어집니다.


- 만약 아직 세력전 퀘스트를 마무리짓지 못한 상태라면, 발그루프는 주인공의 아이디어는 좋으나 현재 화이트런이 제국과 스톰클록 사이의 전쟁 사이에 끼어있기에 자신의 영지를 위험에 빠트리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그레이비어즈의 도움을 얻으면 어떻겠냐는 발그루프의 생각에 동의하며, 주인공은 그레이비어즈의 중재로 양 측의 휴전을 이끌어내겠다고 답합니다. 동시에 'Season Unending' 퀘스트 발생.



노드에게 전설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힘이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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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루프는 하이 흐로스가로 순례를 갔다고 말한 적이 있었죠. 그래서인지 쉽게 생각해내는군요.






- Season Unending 퀘스트를 클리어했거나, 혹은 이미 세력전 퀘스트를 완료했거나. 하여간 종전 혹은 휴전을 이끌어낸 후에 화이트런으로 가서 영주와 대화하면, 드래곤스리치에서 드래곤을 잡을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이미 드래곤을 부르기 위한 용언은 배우셨을테니 드래곤스리치 위층으로 올라가 밖으로 나갑시다. (세력전 퀘스트를 완료한 경우라면, 에스번에게 다녀오세요)



사실, 영주된 입장에서 발그루프는 참 살떨리는 상황이긴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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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갑시다. 드래곤을 부른 후에 얻어맞을 가능성이 있으니 장비는 차고 가세요.



- 밖으로 나가서 Call Dragon (드래곤 소환) 용언을 외칩시다. (당연한 것입니다만, 3음절을 다 외쳐야 합니다. Z키를 길게 누르세요) 조금 후에 드래곤 Odahviing(오다빙)이 등장합니다. 퀘스트의 목적대로, 이 녀석을 죽이면 안됩니다. 먼저 '드래곤의 추락' 용언을 써서 드래곤스리치에 내려오게 만든 후, 입구까지 쭉쭉 뛰어갑시다. 너무 멀리 떨어지면 이 녀석이 날아가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드래곤의 추락' 용언을 써주는 게 좋습니다.



오다빙의 등장.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죽이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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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뒤쫓아오며 브레스를 쓰곤 하니 조심하세요. 불안하시면 회복마법이라도 양손에 장착하고 뛰시는 것도 좋을듯.



- 쫓아오다 결국 함정에 걸리는 오다빙. 그와 대화합시다. 오다빙은 주인공의 함정에 빠졌음을 인정하며, 주인공의 용언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하죠. 알두인의 지위에 의문을 품고 있는 드래곤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물론, 드래곤 중에선 알두인에게 대적할 자는 없죠) 알두인은 현재 Sovngard(소븐가드)에 있으며, 소븐가드로 가는 차원문은 Skuldafn(스컬다픈)에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날아가야 한다는 것.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고 다음 퀘스트인 'THE WORLD-EATER'S EYRIE' 로 이어집니다.



드래곤은 여느 RPG에서 그렇듯이 자존심이 아주 강하고 교만한 생물로 나옵니다. 물론 반대로 인정도 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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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본의 용언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사실 오다빙 이 녀석, 줄을 잘 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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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컬다픈에는 날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 끄응...



- 다음 회차에서 뵙겠습니다. 오타가 있거나 진행상의 오류가 있을 경우 댓글 부탁합니다~

Posted by Mithril
2013. 4. 3. 19:45

 일요일이었던 어제, 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강남에 있는 모 예식장에 다녀왔다. 금년 들어 지인들의 결혼이 잦다. 평균 혼인 연령이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요즘같은 때에, 나이가 차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이 더 흘러도 경기가 풀린다거나 복지가 좋아진다는 등의 희망이 없기에, 빨리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술자리에서의 지인 이야기를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다.



 결혼식 날 동원할 수 있는 친구들을 학연, 지연 등등 여러 분류에 따라 미리 만난다. 술 좀 얻어마시는 대신 결혼식장에 와서 자리를 채운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괴테 할아버지가 그랬나, 받고 싶으면 먼저 주라고. 어젠 다행히도 괴테 할아버지의 격언을 충실히 따른 감성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강남의 꽤 으리으리해보이는 예식장은 화창한 날씨를 에너지로 삼기라도 하는 듯이, 거대한 위용을 유난히 뽐내며 꽤 많이 참석한 나와 친구들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예식장 앞을 너구리굴로 만들며 서로들 안부를 묻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거나 주식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여친 없냐? 같은 당연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올라가봤더니 남자들 뿐이더라, 라는 한탄부터 저녁에 술 마시러 어디로 갈까 같은 퓨처리즘의 선구자 같은 녀석도 있다. 그나마 모바일 TCG 게임에 정신없는 녀석이나 보험을 팔겠다는 녀석이 없어서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보험도 한개 남기고 다 깨버린 참이라.



 예식이 시작되면 어디선가 많이 보았고 앞으로도 많이 볼 장면들이 계속된다. 혼인서약도 하고 근엄한 주례사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축가의 퀄리티에 대해 논하다 보면 예식이 끝난다. 명색이 친구니 신랑 뒤에서 사진 한장 박고, 귀찮은 타이를 거칠게 풀러서 - 왜 목이 불편하게 타이를 두 번 감았을까 후회하는 촌각도 빼놓지 말자 - 가방에 쑤셔넣은 뒤에 식당으로 내려가 뷔페에서 배를 채우고 맥주를 몇 잔 마시고 나면 친구로서의 임무를 완수한 기분에 뭔가 뿌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당사자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생각보다 짧았다. 아무리 진심없는 정형화된 세상에 맞춰 산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나마 한 번 진심으로 빌어줘야지. 친구야, 오늘 날씨만큼 행복해라.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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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도 밤에 일했으니 피곤하고 해서, 빨리 귀가해서 자고 싶었지만 좋은 날씨는 인간의 모든 자유 의지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냥 집에 가기 아까워서 강남대로를 터벅터벅 걸었다. 일요일 낮인데도 사람이 어찌 그리 많은지. 문득 삶이라는 이름의 거리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내 눈에 각인되는 것은, 단지 내가 피곤한 탓이겠지. 시야가 흐려진다.



 누군가는 천천히 걷고 누군가는 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어떤 사람은 차를 타고 더 빨리 가려 안달복달이다. 드물게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우리를 비웃으며 날아가는 자도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뒤에서 부모가 밀듯이 재촉하는 통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뛰고,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든 주위 동기들을 제쳐서 조금이라도 더 앞에 가기 위해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아예 걷지도 않고 제자리에 서 있거나, 거리 곳곳에 나 있는 구석의 으슥한 샛길에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은 그들이 오히려 부럽다. 으슥한 샛길 저편에 뭐가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으니까.



 공정하게, 라는 말은 적어도 이 거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공평하고 공정한 시작을 외치는 소리는 어떻게든 이 거리의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내지르는 채찍질 소리에 묻혀진 지 오래다. 그나마 날 때리는 채찍이 없어서 다행이다. 남자 한 몸 건사하며 이 거리를 걷는건 그나마 쉬운 일이다. 딸린 식구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간신히 온몸의 힘을 짜내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다행히도 저들의 뒤에서 혹은 옆에서 부축해주거나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이 거리가 유지되는 유일한 버팀목이겠지. 모두가 쓰러지고 포기하면 레이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시야가 회복되며 다시 강남대로로 돌아오니 교보문고 옆에 흡연장이 보인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신에게 감사하며 담배를 물었다. 이 거리는 강남역에서 시작하여 신논현역에 도착하면 일단 끝나지마는, 삶이라는 이름의 레이스는 꽤 길다. 그나마 우리에게 공평한 것은, 이 거리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오늘이 만우절이란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날이란다. 피식 웃었다. 우린 항상 속이고 속으며 산다. 사람에 속고 시대에 속는다. 힘들지만 행복한 척을 한다. 사실은 좋으면서 싫은 척을 한다. 만우절이라는 날을 고안한 자는 참으로 박애주의자다. 평생을 속고 속이는 게 삶일진대, 그걸 1년에 비록 하루이지만 용서가 되는 날을 만들다니. 이런 인간애 가득한 사람이 또 있을까.



 트윗을 보기 위해서 트위터에 접속하고, 여기저기 사이트에 들려보고 포탈에 접속해서 웹툰도 몇 개 본다. 요즘은 어쩌면 이리 좋은 내용, '일방적으로' 따뜻한 내용의 트윗과 글과 웹툰이 넘쳐나는 것이냐. 방송은 또 어떻고.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따뜻했나. 몇몇 작가들은 자신이 천사라도 되는 양, 아니 천사라고 해도 너희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천사를 그린 옛 그림엔 그림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림자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어두운 면이 없는 자는, 어두운 면을 모르는 자는, 접하는 모든 것의 절반을 잃고 있는거다. 아마도, 속고 있는 게지. 삶의 절반을.



 그렇다고 해도 하루 정도는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지나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여긴다. 부디 오늘만은 '선의의' 거짓말만 하기를 기대한다. 누구에게 기대하는지는 비밀. 물론 기대해봐야 별볼일 없다는 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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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4. 3. 19:44

 야간에 일한다는 것은, 늦은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흔히 빠지게 되는 '우울한 감상' 이라는 이름의 행복과, 인간에게 주어진 생활 사이클을 거스르는 자에게 내려지는 '과도한 피곤함' 이라는 징벌을 동시에 주곤 한다.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1년의 2/3 정도를 야간에 근무하는 나로선 오후 5시쯤 카톡에 남겨진 절친의 메시지에 한시간 늦게 대답해주는 정도는, 나름 친구를 배려한 친절한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



- 자냐


- 이제 깼당 왜


- 7시 30분 000 집결

- 이상 통신끝



 해석컨대 월요일날 저녁에, 그것도 근무지가 분당인 녀석이 당산동에 위치한 술집에 가서 마시자는 이야기. 아마 또다른 절친 두 명도 오겠지. 그러나 놀라지 않은 것이, 가자는 술집은 절친들과 자주 가던 단골집이고, 애초에 나를 제외하면 -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 술꾼들이라 요일을 가리지 않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다들 일에 채여 바쁘고, 거기에 모두 솔로들이라 일상의 변화가 별로 없기에 슬프거나 괴로운 일로 보자는 것은 아닐 터이다. 아마도 좋은 일이 생겼거나 그냥 술 생각이 났겠지.



 다른 녀석들을 기다릴 것도 없이 술집에 들어섰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주마시는 술집이지만 꽤나 구식의 낡은 상과 옛날 스타일의 색 바랜 벽지가 어우러져 꽤 지저분해 보여도 나름 친근함을 더하는 이 술집. 안주가 아주 싸고 맛이 괜찮다는 칭찬은 덤. 들어가니 이모가 반갑게 맞는다.



- 어서 온나! 오늘은 몇명이고?


- 다 와요 이모. 저까지 네 명.


- 웬일로 다 모이네? 그래 저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에서 끝이다. 이 술집은 술과 물을 가져온다던지, 기본안주인 단무지와 무 장아찌를 퍼온다던가, 수저와 술잔을 가져오는 등의 서비스가 모두 셀프다. 단골의 경우에는 주문 내역을 이면지를 대충 잘라서 종이철에 고정시킨 빌지에 적는 것까지 셀프다. 참으로 자유로운 술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빙을 이모 혼자서 다 하시는 탓이다. 어쨌거나 난 불만이 없다.



 그 사이 도착한 친구 한명은 수저와 잔을 세팅하고, 또 한명은 접시에 단무지와 무 장아찌를 담는다. 난 쇼케이스 위에 붙여진 '한 테이블당 최소 2병' 이라고 적힌 정겨운 종이를 힐끔 바라보며, '그야 물론...' 하고 혼잣말을 던지고 참이슬 한병과 맥주를 꺼냈다. 그나저나, 술집에서 안주를 고르는 일은 고등학생이 첫 담배를 고르거나 짝사랑하는 이성에게 보낼 첫 카톡 메시지를 가다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이 술집은 그리 안주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손님에겐 의도하지 않았던 편의를 제공하는 셈. 늘상 먹는 계란말이와 순두부찌개를 부탁했다.



 조금 지나서 친구 넷이 다 모였다. 아니나 다를까, 날 불렀던 친구의 연봉이 조금 올랐다고 한다. 나같은 하류인생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고만고만한 회사를 다니며 한달 월급에 목매는 사람들에게 연봉인상만큼 술을 불러오는 단어가 또 있으랴. 오늘은 내가 쏜다, 같은 호기로운 말이 터져나와도 오늘은 용서다. 그렇고말고.



 욕인지 축하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이 몇 마디 오고간 후 흔히들 술집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취미거리나 흔한 누님 욕이라던지 우리 모두 솔로를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공유한다던지. 이야기 중에 계란말이를 뭉텅 잘라서 먹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도 꽉 찼고 꽤나 왁자지껄하다. 살다가 삶의 궤적이 꼬리처럼 길어질 때면, 사람들은 으레 그것들을 모아서 소주 한 잔에 담아 입 속에 털거나, 혹은 담배불에 태워 연기로 날려 버린다. 그렇게 술과 담배는 우리네 삶을 위로한다. 국민건강 운운하면서 담배값과 술값을 대폭 올리자고 지랄하는 자들은, 대략 인간 영혼의 말살자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렇다.



 손님들이 꽉 차고 모든 테이블에서 주문도 일단 끝나 조금 여유가 생긴 것일까. 이모가 다가온다. 



- 얼마나 먹었나~?


- 에~ 소주 세병하고... 맥주 두병, 하고... 계란말이하고... 순두부하고...


- 요기까진 이모가 산다. 알았나?


- 잉!?



 몇년 동안 이 술집에 오면서 서비스 안주라던지 하는 건 처음인데.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한달 전쯤, 친구놈 생일이어서 여기서 한잔 하다가, 어쩌다 보니 이모도 생일이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다. 냉큼 밖에 나가서 근처 빵집에서 작은 케이크를 사와 안겨드렸다. 이모는 이런걸 왜 사오냐고 역정 아닌 역정을 냈지만, 그래도 안 받지는 않으시고 주방으로 휙 가지고 들어가셨다. 누가 마산 아지매 아니랄까봐... 아마도 그 때 이후로 계속 마음에 걸리셨나보다.



 시간이 지나고, 술이 쎄지 못한 나는 이미 얼굴이 꽤 벌개졌다. 2차를 가러 일어나기로 한다. 친구가 계산을 한다. 인사를 해야지.



- 들어갈께요 이모~


- 그래 가라. 앞으로는 그런거 절대 사오지 마라. 이모는 니네 그냥 자주 와서 술만 많이 마심 된다. 알았나?


- 하하. 네에.



 인사도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우리를 바라보며, 이모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한마디를 더 하셨다.



- 그날 잘 먹었다. 고맙데이~



끝내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마음을 들킨다는 것, 바로 이런 것이겠지. 술 탓인지 맛있는 계란말이 탓인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결국 2차는 내가 쏘게 되었고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아마도 내가 다른 데 정신팔려있는 동안 친구들이 내 맥주잔에 몰래 소주를 꼴꼴꼴 부어넣은 것을 모른체한 덕분이겠지. 조만간에 또 마시러 가야겠다. 이번에도 역시, 좋은 일로 마시게 되길 바라면서.











참고로 이 술집의 계란말이는 정말 싸고 양도 가격 대비해서 정말 많은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사진 한장 던져본다.






IMG_0151.JPG 


이게 2천원. 저 담배갑은 반명함판 사진보다 약간 크다. 어쨌거나 괜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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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ithril
2013. 3. 20. 08:58

  길고 긴 블랙리치를 다녀온지라, 다음 몇몇 퀘는 쉬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 해도 알두인과의 첫 대결이니만큼 마음을 놓아선 안 되겠죠. 강한 편이긴 합니다만 드래곤은 그저 드래곤일 뿐. 그나저나 공략을 위한 실제 플레이는 이미 던가드로 넘어간 상태인데, 그 와중에 1.9 패치가 새로 나왔네요. 마스터 난이도보다 더 어려운 레전드리 난이도의 추가 및 능력치의 전설화, (100까지 올린 스킬을 다시 15로 낮추고 찍은 퍽도 돌려받습니다. 사실상 레벨제한이 풀린 셈) 자잘한 버그들이 패치되었군요. 레전드리 난이도로 진행중인데 확실히 마스터보다는 적들이 튼튼해진 감이 있네요. 초심자분들은 세팅을 완전히 맞추고 나서 도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 엘더 스크롤을 습득하신 후에 뒤에 있는 출입문으로 나가면 바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세계의 목' 으로 돌아갑시다. 파서낙스와 대화하면 시공의 틈에서 엘더 스크롤을 펼치라고 합니다. 퀘스트 마커가 찍힌 자리로 가면 뭔가 신비한 기운이 가득한데 그곳에서 엘더 스크롤을 펼쳐봅시다. 먼 옛날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 자리입니다. 평상시에 엘더 스크롤을 펼치면 지잉~ 하며 시야가 흐려지고, 아무것도 읽을 수 없지요.



- 고대의 노드 영웅 3인이 등장합니다. 보통의 드래곤을 손쉽게 무찌를 정도의 강한 영웅들. Gormlaith(고믈레이스)는 알두인 역시 박살내겠다며 자신만만하군요. 신중한 Felldir(펠디르)는 알두인은 보통의 방법으로는 무찌를 수 없다며 엘더 스크롤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Hakon(하콘)은 엘더 스크롤의 사용을 반대하며 갑론을박하는 와중에 드디어 알두인이 등장합니다.


- 세 영웅은 알두인을 끌어내리는 데까진 성공합니다. 바로 용언 Dragonrend (드래곤의 추락) 함성을 사용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주인공도 이 용언을 배웁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알두인을 쓰러뜨릴 수가 없었고, 결국 아까 엘더 스크롤의 사용을 반대했던 하콘은 이제와서 펠디르에게 엘더 스크롤을 사용할 것을 종용하지요 ^^ 엘더 스크롤의 힘으로, 알두인은 시간의 틈으로 추방됩니다.



용언으로 땅에 끌어내리는데까지는 성공하나...


---


결국은 엘더 스크롤의 힘을 빌리게 되지요.






- 알두인이 추방되는 것을 본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알두인도 오랜 시간의 틈을 넘어 이곳까지 왔군요. 이제 알두인과 싸울 채비를 합시다.


 

바로 전투준비를 하시길. 물론 '드래곤의 추락' 용언도 장착하세요.



- 알두인은 일반적인 드래곤에 공격 패턴이 약간 더 추가된 형태입니다. 시작하자마자 헬겐에서 보았던, 운석을 떨구는데 이것도 맞으면 나름 데미지를 입는데다가 사거리 밖에서 주로 날아다니니 활로 쏴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드래곤의 추락' 용언을 써서 우선 땅으로 끌어내립시다. 지상에서도 주의해야 될 것이, 화염과 냉기 브레스 양 쪽을 다 쏘고 물리 데미지도 나름 강력합니다. 일단 끌어내린 후에 '드래곤의 추락' 용언 1단계를 쿨이 될 때마다 꾸준히 써주시면서 전투를 합시다.



요렇게 멀리서 날아다니니 활로는 쏴 맞추기 힘들고, 가까이 다가왔을 때 용언으로 추락시킵시다.


---


그냥 놔두면 이렇게 운석이 떨어져서 생지옥이 되니 용언 '하늘의 평온' 을...


---


설정상 아카토쉬의 첫 피조물이라 하니... 일단은 불멸입니다.



- 알두인을 쓰러트리는 듯 싶었지만, 완전히 죽이진 못합니다. 알두인은 도망치고 다음 퀘스트인 'THE FALLEN' 으로 이어집니다.


- 다음 퀘스트에서 뵙겠습니다. 진행상의 오류나 오타는 댓글로 피드백 바랍니다.

Posted by Mithril
2013. 3. 19. 01:18

  메인 퀘스트 중에서 가장 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엘더 스크롤을 찾기 위한 길고 긴 여정... 우선 떠나기 전에 주인공과 동료의 인벤을 최대한 비우시고, Steed 스톤을 찍고 가시면 좋습니다. 야채스프나 물약을 비롯해 전투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아이템 외에 곡괭이도 꼭 챙겨가세요. 적들이 원체 많이, 자주 나오니 장비 수준도 한껏 끌어올리시길. 인챈트된 무기를 쓰시는 분들이라면, 충전을 위한 소울 젬도 조금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쯤은 다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






- 파서낙스는 자신도 엘더 스크롤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결국 주인공의 힘으로 찾아봐야 하는데... 안기어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합니다. 대화를 일단 마친 후에 다시 파서낙스와 대화하면 항목이 늘어나있으니 쭉 한번 이야기해보시고, 특별히 'Word of Power' 에 대해서 명상하겠다고 하면 용언을 이루는 문자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능력을 향상시키는 버프를 줍니다. 세 가지 중에서 택일할 수 있습니다.


- Fus. (Force Without Effort) '거침없는 힘' 용언을 쓰면 자신의 비틀거림이 25% 감소하고 적의 비틀거림이 25% 증가합니다. 


- Feim. (Eternal Spirit) '에테르 형태' 용언을 사용하면 (지속시간 내) 체력회복속도가 25% 빨라집니다. 


- Yol. (The Fire Within) '화염 숨결' 용언의 공격력이 25% 증가합니다.


- 그 외에 볼일이 끝난 후에 정상까지 올라가봅시다. Notched Pickaxe라는, 유니크 곡괭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말라카이트와 에보니 광맥도 있군요.



개인적으로는 Fus를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원하시는 대로 고릅시다. 바꾸고 싶으면 또 대화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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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관장하는 아카토쉬에 대한 이야기. 엘더스크롤의 두번째 편, 대거폴을 플레이해보셨다면 잘 아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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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 곡괭이. 이건 Disenchant도 가능하지요. 그러나 전 그냥 가지고 다닙니다.






- 파서낙스와 안기어, 그리고 에스번&델핀과 이야기하라는 선택 퀘스트가 나오는데 파서낙스와는 아마 바로 대화가 이어질 겁니다. 엘더 스크롤을 얻게 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윈터홀드에 있는 마법 대학으로 가보라는 조언을 해 줍니다. 안기어와 대화하면 역시 마법 대학에 가보라고 하고, 파서낙스가 결정한 바에 따르겠다고 합니다. 에스번과 델핀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엘더 스크롤을 얻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거라고 하는군요. 우선 마법 대학으로 출발합시다.



안기어는 마법사들 역시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 합니다.



- 마법 대학에 가면 답답하게도 그냥은 들어가질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입장 퀘스트를 할 수밖에 없군요.


- 입구에 있는 Faralda(파랄다)와 대화하면, 입학 시험을 쳐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면 랜덤으로 특정 마법을 써보라고 하는데요, 가끔 100이 넘는 매지카를 소모하는 마법을 골라줄 때가 있습니다. 전사계열은 거의 매지카를 찍지 않으니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는데 미리 솔리튜드에서 줄리아노스의 축복을 받고 가시거나 모험중에 얻은 최대 매지카 상승 아이템(주로 목걸이나 반지류)이 있으시다면 착용하고 마법을 써주면 됩니다.


- 메인 퀘스트로 인해서 생기는 선택지인듯 한데, 스스로가 드래곤본임을 밝히면 증명해 보라고 합니다. Fus!를 한 번 써주시면 바로 입장을 허가해줍니다. 선택지가 나온다면 당연히 이쪽을 추천.



여기까지 메인 퀘스트를 했을 때만 나오는 선택지인 듯 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일반 퀘스트에 나오는 '마법대학 방문' 항목이 사라지질 않는군요. 버그인건지...



- 입학이 허가되면 들어가서 Mirabelle Ervine(미라벨 어바인)과 이야기해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마법대학 퀘스트와 관련된 것입니다. 메인 퀘스트와는 관계가 없으니 무시하고 바로 도서관으로 올라갑시다. 언제나 도서관에 혼신의 열정을 쏟는^^ Urag gro-Shub(우라그 그로-섭)과 대화합시다.


- 다른 대화는 빼고 엘더스크롤에 대해서 물어보면 뭔가 복잡한 설명을 해주고 책을 두 권 줍니다. 책을 읽어보면 'Discerning the Transmundane' 퀘스트가 발생. 이건 데이드릭 퀘스트인데 사실상 초반 진행이 메인 퀘스트와 겹치니 일단 그냥 냅두세요. 데이드릭 퀘스트 카테고리에 따로 공략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샷은 찍어놨으니 금방 올릴겁니다) 어쨌거나 두 책 중에 더 난해한 책을 쓴 사람에 관해서 물어보면 그의 이름은 Septimus Signus(셉티무스 시그너스)이며, 예전에 이곳을 떠났다고 하고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줍니다. 이제 여기서 볼일은 마쳤으니 윈터홀드 북쪽에 있는 그의 은신처로 가봅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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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읽으면 퀘스트 발생. 영문으로 할땐 도저히 뭔 소리인지 원... 번역하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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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들은 그냥 땅이나 마찬가지니 걸어가면 됩니다. 윈터홀드에서 멀지 않아요.






- 은신처에 도착해서 셉티무스와 대화하면 뭔가 횡설수설하는데,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은신처에 있는 드워프 구조물을 열기 위해서 Blackreach(블랙리치)로 가서 엘더 스크롤을 찾고, 자신이 주는 Lexicon(고대사전으로 번역)에 내용을 복사해 달라고 합니다. 드워프의 지식을 이용해서 이 구조물을 열겠다는 것이죠. 이건 아까 받은 퀘스트의 목적과도 동일한데, 어쨌거나 엘더 스크롤을 찾는 여정에 포함되니 수락하면 됩니다. 블랙리치는 드워프 유적인 Alftand(알프탠드)를 통해서 가야 한다니 출발합시다.


- 앞서 말씀드렸듯이, 알프탠드 유적과 블랙리치 둘 다 길고깁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시 지상으로 나올 수 있긴 합니다만 왔다갔다하기 귀찮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출발하시는 게 좋습니다.



고대사전 외에 Attunement Sphere(조율의 구체)라는 퀘스트 아이템을 줍니다. 그게 있어야 블랙리치로 갈 수 있고, 이후에 다른 드워프 유적에서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 알프탠드로 가서 우선 주위에 캠프를 살펴보면 일지를 하나 찾을 수 있는데, 내용을 읽어보면 7명으로 이루어진 탐사대가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죠. 퀘스트는 아니나 알프탠드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이 일지에 적힌 내용들이 매치가 되서 나름 재미가 있으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원체 길다보니 심심풀이로 추가해 놓은듯.


- 주위에 나무로 이어진 길을 내려가다보면 우선 동굴이 하나 나옵니다. 탐사대가 눈을 파서 갱도를 만들어놓은듯 하군요. 진행하다보면 갑자기 J'darr(지다르)라는 카짓이 무작정 공격해오는데, 제거하고 주위를 살펴보면 죽은 카짓이 한명 더 있군요. 일지에서 언급하던 카짓 형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지가 하나 더 있으니 읽어봅시다. (그나저나 카짓은 왜 그리 스쿠마를...)



알프탠드 바깥의 캠프에서 처음 얻는 일지. 탐사대의 이름을 기억해두면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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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쭉 따라가면 동굴 입구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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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빨리 달려가봤지만 역시 지자르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네요.



- 동굴을 넘어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드워프 유적이 나옵니다. 그 중에 탐사대 멤버 중 발리, 앤드래스트가 행방불명인 것도 알 수 있죠. 드워프 거미를 비롯한 약한 적들이 나오니 쉽게쉽게 제거하시면 되고... 진행하다보면 일지에서 언급하던 Alftand Animonculory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발견한 일지. 적은 인원으로 여기까지 빙하 속에 갱도를 판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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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 유적은 이렇게 잠긴 문 안에 상자가 있고 상자도 잠겨있는 경우가 많지요. 숙련올리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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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사+은신으로 진행중인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은신이 편하군요. 그러나 전사가 더 진행이 빠르고 쉬운 것은 사실.



- Animonculory(무슨 뜻일까요?)로 진입하면 멀지 않은 곳에 남자의 시체가 하나 발견되고 그가 아까 언급되던 엔드래스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일지도 읽어보시고, 슬슬 여기서부터 차우러스의 알 고치들이 발견됩니다. 차우러스 하면 역시 팔머가 떠오르는군요. 끊겨버린 길이 하나 나오는데 뛰어내려야 합니다. 여자 오크가 한 명 죽어 있는데 일지에서 언급되던 야그로군요.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보면 팔머들이 슬슬 나옵니다. 여기서부턴 전투가 꽤 빈번해집니다.



엔드래스트. 왜 누더기를 입고 있는건지 원... 드워프들의 기계 몬스터에게 쫓기다 결국 죽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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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러스의 알 고치. 연금술로 인한 돈벌기에 꽤 유용한 재료입니다. 많이많이 얻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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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그의 시체. 이로서 사망자가 벌써 네 명...



- 팔머들의 주거지역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간중간에 급이 높은 팔머도 나오니 주의하세요. 팔머들의 장비는 무겁고 가격도 별로라 딱히 루팅할 필요는 없지요. 지상으로 통하는 첫 엘리베이터를 발견할 수 있고 시체가 하나 더 있는데 탐사대 중 마법사라는 발리로군요. 이제 생존자는 단 두명 뿐.



팔머들의 천막이 보이는군요. 여럿 나오니 주의. 바닥에 흐르는 기름이 보이시죠? ^^ 화염 관련 마법을 한번 써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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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완전 지상은 아니고... 아까 지나온 얼음동굴에서 막혀있던 문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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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으로 오게되죠. 지레를 작동시키면 문이 열리고 들어왔던 얼음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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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시체. 팔머들에게 잔인하게 당한 것 같군요. ㅠㅠ



- 여기서 내리막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거대한 건물이 하나 보이고 창살문으로 닫혀있는데, 일단 주변에 팔머들을 제거하고 계단에 올라가서 윗쪽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Dwaven Centurion(드워븐 백인대장)이 하나 나오는데 상당히 강한 적입니다. 원래 두 마리인데 한놈은 이미 쓰러져있군요. 처치하고 위로 올라가면... 일지에 적힌 탐사대 중 최후의 2명이 대치중입니다.



이 길을 내려가서 통로로 진입하면 거의 다 온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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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에 있는 팔머들을 제거하시고 주위에 보면 야광버섯이 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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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보이시는 레버를 당기면 창살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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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븐 백인대장. 물리 데미지도 강하고 냉기 브레스가 강력하니 조심.



- 우마나와 술라, 마지막으로 남은 멤버 둘은 끝내 싸움을 벌입니다. 어차피 누가 이기건 주인공을 공격하니 둘 다 제거합시다. 우마나에게서 Targe of the Blooded라는 유니크 방패를 하나 얻을 수 있군요. 배쉬로 때리면 3초간 5의 출혈 대미지... 안습....


- 근처에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고 기계장치도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고, 기계장치에 아까 받은 조율의 구체를 사용하면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생깁니다. (다른 드워프 유적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려가면 드디어 블랙리치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과한 지식에의 집착. 그리고 파멸. 엘더 스크롤을 관통하는 소재 중 하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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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썩은 방패가 다 있나... 스카이림은 어째 출혈데미지에는 이렇게 박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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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계장치는 다른 드워프 유적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블랙리치가...






- 예전 공략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블랙리치에서 알아둘 점을 나열해 봅시다.


- 적으로는 팔머가 주로 등장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는 인간들도 가끔 나옵니다. 거미나 차우러스, 트롤도 있고 간간히 자이언트나 위습마더같은 강한 적도 나옵니다. 틀에 고정되어있는 드워븐 백부장도 있는데, 공격하거나 틀 옆에 레버를 작동시키면 깨어납니다. (은신의 경우,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로 백부장 뒤에서 냅다 후리면 좋습니다)


- 광맥들이 많습니다. 특별히 블랙리치에서만 볼 수 있는, Geode Vein(정동 광맥...으로 번역)은 캐면 랜덤한 광석 외에 소울젬을 줍니다. 급은 역시 랜덤. 보이는 족족 캐갑시다. 광맥 외에 버섯이 아주 많습니다.



- 우선 정면에 보이는 건물, 'Sinderion's Field Laboratory' 로 들어가면 그의 일지를 읽을 수 있고, 동시에 스카이림의 3대 악마퀘 중 하나인 'A Return to Your Roots'가 발생합니다. 블랙리치를 뒤지고 뒤져서 붉은 넌루트 30개를 모아야 하는데... 하기 싫다면 아예 이 건물에 안들어가는 것이 나을지도. (오블리비언을 플레이하셨던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4편에 나오던 그 신데리온 맞습니다)



귀찮은 팔머들을 제거하고 신데리온의 연구소로 들어갑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30개 모으기 귀찮다 하는 분은 안 가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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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치...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리셋된다고는 합니다만, 두 번 가기는 싫은 곳이지요.



- 열심히 다니시겠다면 내부지도를 참조해서 밝혀나가시면 되고,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몇 개 있으니 무게가 아슬아슬하면 다녀오셔도 좋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기엔 너무 넓어서... 우선은 퀘스트 완료를 위해 엘더 스크롤이 중요하니 가장 빠른 길을 소개하겠습니다. 



신데리온의 연구소를 바라보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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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다보면 작은 삼거리인데 좌회전. 스샷에 보이는 정면으로 쭉 내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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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보면 이렇게 드워븐 백인대장이 보이는데 가볍게(혹은 힘들게)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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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이렇게 성채가 하나 보이는데 무시하고 그냥 직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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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건물이 보일때까지 계속 직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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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보이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로 들어갑시다.






- 건물에 들어가면 거대한 구조물이 하나 있고 해골이 하나 있는데 옆에 일지가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고... 길을 따라 제일 위로 올라가면 일종의 조종간이 보이는데 이걸 조작해야 합니다.


- 우선 셉티무스에게 받은 고대사전을 제일 오른쪽 기둥에 올려놓습니다.


- 그 다음 첫번째 기둥에 있는 버튼을 눌러봅니다. 계속 누르다보면 더 이상 안 눌러집니다.


- 두번째 기둥의 버튼을 눌러봅니다. 누르다 보면 (가운데 있는 기둥은 조작이 안 되니 무시하고) 4번째 기둥의 버튼이 열립니다.


- 4번째 기둥의 버튼을 누르다보면 5번째 기둥의 버튼도 열립니다.


- 5번째 기둥의 버튼을 누르다 보면 엘더 스크롤이 들어있는 함이 내려옵니다.



여기까지 도달했으나 끝내 목적은 이루지 못한 듯.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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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전을 올려놓고 위의 설명대로 조작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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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엘더 스크롤이...



- 드디어 찾은 엘더 스크롤.... 동시에 퀘스트가 완료되며 다음 퀘스트인 'ALDUIN'S BANE' 으로 이어집니다.






- 우선 아까 올려놓았던 고대사전을 다시 회수합시다. 셉티무스에게 가져다 줘야 하기 때문이죠.


- 심심하다면 블랙리치를 구석구석 뒤져보시는 것 외에 용도 잡아봅시다. 아까 이 건물에 오기 전에 지나쳤던 성채 기억하시죠? 그 성채에 가면 공중에 노란 구형의 구조물이 떠 있습니다. 이 구조물을 향해서 '거침없는 힘' 용언을 쓰면, 땡그랑~ 하는 효과음이 울리고 조금 후에 갑자기 용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성채 바깥으로 내려오니 잡아줍시다. 이름은 있으나 그다지 강하지도 않고... 딱히 좋은 걸 주진 않더군요.



구체를 향해서 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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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 한번 무섭게 쏘네요. 배경이 어두워서 그런지 뭔가 멋집니다만 그리 강하진 않습니다.



- 붉은 넌루트, 열심히 모으셨나요? 구 공략엔 제가 41개 모았던데... 요번에 또 밤을 새며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어쨌거나 30개 이상 모으셨다면, 신데리온의 일지에 적힌 Sarethi(사레시)의 농장에 가져다주세요. 고마워함과 동시에 Sinderion's Serendipity(신데리온의 발견)이라는 버프를 줍니다. 25% 확률로 연금시에 만들어지는 포션이 두 개로...



43개 수집. 모드 같은건 쓰지 않습니다. 밤새 찾느라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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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장에서는 넌루트를 키우고 있으니 가끔 와서 뽑아가도 됩니다. 스킨그라드에서 만났다는 걸 보니 오블리비언의 그 신데리온이 확실한 것 같군요.



- 다음 퀘스트에서 뵙겠습니다. 원체 긴 던전이다보니 스샷은 엄청 많이 찍었는데 너저분해질것 같아서 많이 올리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글로 설명하자니 필력이 부족하고... 해서 구 공략과 마찬가지로 뭔가 산만하네요. 양해를 구합니다. 진행상의 오류나 오타는 댓글로 피드백 부탁합니다.

Posted by Mithril
2013. 3. 18. 23:34

  퀘스트가 뭔 대화만 잔뜩 나오나 하고 불평이 있을 수 있겠군요. 다행히(?) 다음 퀘가 엄청 깁니다. 다시 말해서 이 퀘스트 후에 어느 정도는 캐릭의 능력과 장비를 정비해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저처럼 스토리덕후 기질이 있는 분들이라면 또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에스번은 지난 퀘스트에 이어서 '알두인의 벽' 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알두인의 추락과 예언의 해설까지. 대화를 더 하면 Dragonslayer's Blessing(용사냥꾼의 축복)이라는 버프를 얻을 수가 있는데요. 5일간 드래곤에게 치명타 확률이 10% 증가하는 효과로군요. 받고 잡아봤는데 효용을 잘 모르겠어요. ^^


- 델핀과 대화하면 대원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동료를 데리고 가면 블레이드의 대원으로 임명해 줍니다. (나중에 관련 퀘스트가 있으니 그 때 자세히 설명하면 될 것 같군요) 참, 대원으로 임명한다고 해서 이후에 그 동료를 데리고 다닐 수 없는 게 아닙니다.


- 사원을 뒤져보면 별 것 없지만, 블레이드 중갑 세트 한벌과 블레이드 장검 여러 자루. 그리고 Dragonbane(드래곤베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블레이드 중갑은 전작의 향수가 아니라면 딱히 의미없는 갑옷입니다. 룩을 위해서 꼭 입어야겠다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드래곤베인은 레벨드 아이템이고 46렙 이후 최고옵으로 얻으면 드래곤에 대한 40pt 추가타가 붙어요. 대 드래곤전이라면 쓸만한 것 같습니다. (루팅을 46렙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퀘스트를 그 렙에 받아야 되는것 같군요)


- 그레이비어즈를 만나러 하이 흐로스가로 떠납시다.



용사냥꾼의 축복 버프. 솔직히 이거, 효과를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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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베인. 드래곤에겐 40pt, 드래곤을 제외한 다른 적들에게 10pt의 전격 데미지. 3신기 미사용 유저에겐 정말 좋지요.






- 하이 흐로스가에 도착하면 안기어와 대화를 해봅시다. 드래곤을 추락시키는 용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기어는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며 캐묻는데, 블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역시나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군요. 또한 알두인을 물리치는 것에도 부정적이군요. 다소 운명적인 입장인 안기어. 도와주지 않으려나... 하는 찰나에 하이 흐로스가에 울려퍼지는 포효.


- 마스터 아이나스의 충고 덕분에 안기어는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알두인을 물리치는 데에 쓰였던 그 용언은 Dragonrend(용의 추락)라고 불리며, 자신들도 그 용어를 이루는 단어는 알지 못하기에 그레이비어즈의 진정한 마스터, Paarthurnax(파서낙스)를 만나보라고 합니다.


- 파서낙스에게 그냥은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용언 'Clear Skies - 하늘의 평온' 을 알려줍니다. 용언을 사용하면 하늘이 맑아집니다. 몇몇 특정한 상황에서 잘 쓰이는 용언이지요. 눈보라가 친다던가 안개가 자욱하다던가 하는... 어쨌거나 용언을 배운 뒤에 파서낙스를 만나러 갑시다. 프로스트 트롤이라던지 흔하게 산에서 만나왔던 적들이 조금 나오는 것 외에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하늘의 평온 용언을 꾸준히 써주셔야 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안 쓰면 데미지를 입습니다)



활동가 타입이 아닌 그레이비어즈이다보니 운명론적인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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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 '하늘의 평온'. 의외로 가끔 사용하게 될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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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올라가다보면 Throat of the World에 도착합니다. 뭐 용언만 꾸준히 써주시면서 올라가면 됩니다.






- Throat of the World(세상의 목이라는 의미로, 스카이림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에 도착하면 파서낙스를 만날 수 있는데, 그는 사람이 아니라 드래곤이었군요.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가 너무 멋지군요. 대화 항목이 꽤 있는데 처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신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쭉 대화를 읽어 보길 권장하고 싶네요.


- 'Fire Breath - 화염 숨결' 용언을 배울 수 있습니다. 파서낙스에게 한번 써줘야 대화가 계속됩니다. 그는 알두인이 아직 진정으로 격퇴된 것이 아니며, 언젠가는 다시 나타날 것이기에 과거로부터 그를 격퇴하는 데 쓰였던 '용의 추락' 용언을 얻기 위해서는 엘더 스크롤의 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퀘스트가 완료되며, 다음 퀘스트인 'ELDER KNOWLEDGE' 로 이어집니다.



파서낙스는 일단 다른 용과는 외모가 다르고, 중후한 목소리까지 더해서... 그저 멋있어요. 1회차 때는 깜놀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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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숨결 용언. 적들이 몰려있을때 쓰면 꽤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사용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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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대화가 이어지고 엘더 스크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실 로어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좀 어려운.



- 다음 공략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회가 좀 긴지라 2회로 나눌지 말지 고민되는군요.

Posted by Mithril